유럽 넘어 亞·美 증시 줄 폭탄, 코스피도 한때 2400선 붕괴… 48P 곤두박질친 2409 마감
현실화될 가능성 낮지만 정치 불확실성 오래갈 듯 … 미·중 무역갈등 재발 ‘한몫’
‘이탈렉시트(Italexit·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공포’가 유럽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쳤다. 코스피지수는 2400선까지 급락했고, 주요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탈렉시트의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본다. 다만 정치 불확실성이 향후 증시 조정의 계기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0일 코스피지수는 48.22포인트(1.96%) 내린 2409.03으로 마감했다. 장 초반부터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해 장중 한때 2400선 아래로 무너지기도 했다. 외국인(6562억원)과 기관(4290억원)이 투매한 자금은 1조원이 넘었다.
아시아 증시도 ‘폭탄’을 피하지 못했다. 중국 일본 홍콩 증시가 모두 하락했다. 이날 새벽 마감한 미국 다우지수는 1.58% 떨어졌다. 특히 금융주가 급격하게 내리막을 걸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위기에서 보였던 이른바 ‘파멸의 올가미(doom loop)’를 다시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국채를 보유한 이탈리아·스페인 은행들이 부실해지고, 이어 국가 재정마저 취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지난 3월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수개월째 정부 구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성운동과 극우동맹당의 연정마저 무산되면서 재총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재총선은 유로존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이 될 수도 있다. 이탈리아 경제가 수년간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반(反) 유로존’ 성향의 정당이 더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다. 국가부도위험을 보여주는 이탈리아 5년물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9일(현지시간) 하루에만 125bp(1bp=0.01% 포인트)나 치솟았다.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는 유로존 3위다.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높아지면 충격파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당장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메리츠종금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남유럽 전체의 위기가 아닌 이탈리아의 국지적 이슈라는 점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유사하다”며 “이탈리아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어서 유로존을 이탈하기 더 어렵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노동길 연구원은 “과거 그리스 등의 사례를 보면 정치 불확실성이 유럽 금융시장 전체의 조정으로 확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치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재총선은 오는 9월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때까지 정국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투자증권 김지만 연구원은 “이제 막 부각된 이슈라 금융시장 안정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적어도 다음 달 14일 유럽중앙은행(ECB) 회의까지는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재개 우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 고용 등 국내 경기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여건이 악화되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도 미뤄질 수 있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4.1원 오른 1080.9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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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이탈렉시트’ 공포에 금융시장 직격탄… 증시 조정의 서막?
입력 2018-05-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