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 나선다

입력 2018-05-31 05:05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8년도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부정 편입학 의혹 조사 착수
경찰, 이명희 이사장 재소환… 관세청, 조현아 내달 4일 소환


갑질 의혹부터 밀수·탈세 혐의까지 총체적 난국에 봉착한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막다른 길에 몰리고 있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적극 개입 의사를 밝혔고, 교육부는 조양호 회장 차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부정 편입학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관세청은 사회지도층의 입국을 특별 관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기금운영위원회를 열고 한진그룹 사태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기금운용본부가 한진그룹에 공개서한을 발송해 대한항공 경영진과 면담을 추진하라고 결정했다. 박 장관은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주주로서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대한항공 경영진이 의미 있는 조치를 시행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조속히 이끌어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의 주주총회 의결권이나 배당 외에 경영상 문제를 두고 공개적으로 개입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교육부는 다음 달 4일부터 이틀간 인하대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해 조 사장이 1998년 부친이 재단 이사장으로 있던 인하대에 부정 편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교환학생 자격으로 인하대에 온 뒤 편입했다. 교육부는 조 사장이 편입한 시기에 다른 학생들도 교환학생 과정을 통해 이수한 학점으로 인하대에 편입할 수 있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민·관 합동 관세행정혁신 태스크포스(TF)는 이날 대기업 오너 등 사회지도층의 입국장 휴대품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관세청에 권고했다. 조 회장 일가의 밀수 의혹을 겨냥한 조치다. TF는 “고액 쇼핑 등을 위해 빈번히 출국하는 일부 계층은 특별관리 대상으로 정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항공사 의전팀이 검사가 끝난 수하물을 대신 운반해주는 과잉 의전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사장에서 현장 직원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재소환됐다. 이 이사장은 지난 28일에도 업무방해·폭행 혐의로 경찰에 소환돼 10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모욕, 상습폭행·특수폭행, 상해 혐의 등을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다음 달 4일 인천본부세관에 밀수 혐의로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4일에도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출입국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최예슬 이성규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