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동질성 회복보다 이질성 수용이 더 중요합니다. 다양성 속에 하나 됨을 만들어 나가는 평화가 필요합니다.” ‘북한통’ 박한식(79)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의 조언이다.
㈔평화통일연대(이사장 박종화)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한반도 평화 전환의 변혁기,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열고 박 교수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박 교수는 이전의 남북관계를 안보 패러다임에 따른 공포와 기만으로 평가했다. 그는 “강대국의 군사 산업화는 남북한 모두의 군국주의에 영향을 미쳤다”며 “북한의 핵 능력은 군사력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도구로 국제 사회에 존재하는 실제적 위협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두 정상이 끌어안은 모습을 보며 우리 민족이 정(情)의 민족이란 점을 발견했다”며 “남과 북이 정과 양심 같은 민족의 동질성을 찾고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양을 50여 차례 방문한 박 교수는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2009년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주선하는 등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다.
박 교수는 평화를 향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비 경쟁과 현대의 주요 분쟁들은 안보를 향한 인간과 국가의 집착에서 비롯됐다”며 “평화는 갈등의 부재가 아닌 조화이며 조화는 다양성 속에 하나 됨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변증법적 통일론’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정과 반이 서로 인정하고 보완하며 합이 일어나는 변증법을 남북 관계에 적용해야 한다”며 “상대방을 부정해서는 발전이 없으며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동질성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한은 개인주의, 세계화, 자본주의를 택했다면 북한은 집단주의와 민족주의, 사회주의를 선택했다”며 “이들 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10·4 남북공동선언 2항인 ‘사상과 제도를 초월한 상호 존중과 신뢰 관계’는 모순적인 각자의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성에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구축해 평화를 원칙으로 삼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융합해야 한다”며 “개성에 평화를 위한 학교와 병원을 짓고 비무장지대는 교육과 여가,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평화공원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종화 평통연대 이사장은 “남북 종교인이 분단된 민족의 화합을 이뤄내는 선두주자이자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국 기독교계는 편협한 민족주의에 굴복하거나 비인륜적 국가 이기주의에 매몰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개성공단을 재가동해야 하며 북한을 중소기업 육성 중심지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독일 통일은 교회가 중심이 돼 오랜 기간 교류하고 기도함으로써 가능했다”며 “기독교 신앙이 남과 북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 되는 일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축사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남북 동질성 회복보다 이질성 수용이 더 중요”
입력 2018-05-3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