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경제팀 교체 검토할 때다

입력 2018-05-31 05:05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 결과는 실망스럽다. 최저임금 인상 등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쳐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고 양극화가 심화되자 긴급히 소집된 회의였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졌다는 것은 서민을 위한다는 문재인정부의 존재 의미를 흔든 악재다.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소득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득 불평등 개선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문재인정부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문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예정에 없던 회의를 급하게 연 것은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되 보완책을 마련하자는 수준의 알맹이 없는 결론만 내렸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한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 등은 정책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정책 실무 경험은 없고 이론에 강한 교수출신들이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감소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 수석은 민생현장을 방문, 장사가 안 돼 너무 힘들다는 한 음식점 주인에게 “사람 더 쓰시라”고 했다가 “그러면 남는 게 없다”고 면박당한 일이 있다.

현장의 정책 경험이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선한 의도만 가졌을 때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이번에 증명됐다. 독감에 걸린 육아도우미가 아기를 위한답시고 안아주는 것과 같다. 서민들을 위한다며 검증되지 않은 이론으로 민생을 피폐하게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 정책을 시행한 지 1년밖에 안 됐으니 더 지켜보자는 말은 이제 그만하기 바란다. 정책 실험은 1년으로 충분하고 이미 심각한 부작용이 속출했다. 비주류 경제학자 출신들이 책상머리에서 만든 정책이 시행 1년 만에 실패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집을 부리는 상황을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청와대 경제팀에게 힘이 더 실리는 모양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가 끝난 후 “앞으로 장 실장이 주도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회의를 계속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문제를 놓고 장 실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신 장 실장이 경제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란 뉘앙스다. 그 반대가 돼야 한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소폭의 부분 개각 방침을 밝혔지만 청와대 경제팀 개편이 더 시급해 보인다. 체감실업률도 최악이어서 일자리 정책도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현 정부 핵심 경제 정책 모두가 엉망이다. 민생이 피폐해진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