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여자교도소 2사동 5호방에 한 남자아이가 태어난다. 18개월이 지나면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교도소 규율에 따라 정혜는 아들 민우를 입양시켜야 한다.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 민우를 위해 음대교수 출신의 문옥, 밤무대 가수였던 화자, 성악 전공자인 대학생 유미, 프로레슬러 꽃순 등 5호방 식구들은 정혜와 함께 ‘하모니 합창단’을 만든다.
창작뮤지컬 ‘하모니’의 내용 일부다. 강대규 감독의 영화 ‘하모니’를 지난해 5월 뮤지컬로 각색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성공리에 초연을 마쳤다. 그해 7월엔 경기도 고양문화재단과 공동제작으로 시민배우들이 참여하는 형식의 새로운 공연 패러다임을 정착시켰다. 홍콩에서 열린 K뮤지컬에서도 눈길을 끈 작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뮤지컬 ‘하모니’가 1년여 만에 선교뮤지컬로 옷을 갈아입고 관객과 만난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로마서 8장 28절 말씀이 작품에 흐르는 주제다. 제10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마리아 마리아’ 제작자인 ㈜하모니컴퍼니 프로듀서 최무열(백석예술대 공연기획과) 교수, 성천모 연출가, 가수 윤복희 권사, 뮤지컬배우 강효성씨 등이 이번 ‘하모니’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최근 서울 강남구 640아트홀에서 ‘하모니’ 간담회가 진행됐다. 최 교수는 “우리가 주 안에서 하나 되는 삶과 작품에서 하모니를 이뤄가는 과정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봤다”고 설명했다.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온 저들이 합창단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변화됩니다. 이 모습은 마치 죄인 된 우리가 예수님 안에서 회개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과 비슷하죠. 작품에선 합창단 지휘자인 리더가 전체를 사랑으로 잘 보듬고 조화롭게 이끌고 갑니다. 모든 것이 합력해 선을 이루는 성경 말씀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휘자는 윤 권사가 맡았다. 그는 남편과 내연녀를 살해하고 교도소에 들어온 사형수 문옥으로 나온다. 윤 권사는 “성격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모니’를 통해 결정적인 어느 상황에서 하나로 뭉쳐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했다.
올해 뮤지컬 인생 67년째라는 윤 권사는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해 왔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출연하는 건 ‘하모니’가 처음”이라며 “젊은 배우들과 연기를 맞춰가면서 합창과 앙상블을 준비하는데 머리에서 쥐가 날 만큼 힘들어 하차를 고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 애정을 보이는 이유는 ‘어쩌면 내 인생에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윤 권사는 “마무리를 잘하자는 마음으로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하모니’에선 울컥하는 순간을 여러 번 접한다. 실제 프로·아마추어 합창단 100여명이 함께 무대에 올라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이란 곡을 부르는 장면은 웅장하면서도 감동이 있는 이 작품의 또 다른 볼거리다. 배우와 연출가, 제작자가 끝까지 고심해 만든 사형수 문옥의 결말 역시 관전 포인트다.
뮤지컬 ‘하모니’는 선교도구로도 활용된다. 최 교수는 “이 작품은 예수의 이름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나라인 중국 등을 선교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조금 더 복음적인 메시지를 넣어 중국 및 동남아에서 공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미국 뉴욕 공연과 내년에 중국 홍콩 대만 공연이 예정돼 있다. 사랑과 감동이 있는 창작뮤지컬 ‘하모니’는 1∼10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사랑 안에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하모니’
입력 2018-06-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