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 두 토끼 잡기… 공약 손볼 듯

입력 2018-05-30 05:05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소득분배 악화 개선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경제점검회의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소득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며 “우리의 경제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정부는 저소득층 소득 성장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 핵심 멤버가 모두 참석했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한 ‘기업친화정책’도 고심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대선 공약의 일부 수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하위 20%의 가계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득분배가 악화됐다는 지난 24일 가계소득 통계 발표 이후 결정됐다. 올해 1분기에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의 소득은 8.0% 줄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여기에다 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과 근로소득이 처음으로 역전됐다. 이전소득이란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등)을 포함해 노동하지 않고 벌어들이는 소득을 지칭한다. 경기침체로 근로소득은 줄고 저소득층 복지 확대로 이전소득이 늘면서 역전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꾀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1년 성과로는 참담한 성적표다. 이를 두고 경제팀 일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화하되 미세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저소득층 소득 증가를 위해 내놓은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되레 ‘고용 한파’를 불러일으킨 것을 계기로 대선 공약의 일부 수정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활성화에 따른 근로소득 증가가 소득주도성장의 근본 해법이고, 이를 위해 경제 살리기에 부담이 되는 일부 공약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공약에 대해 유연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최근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속도 조절’ 의견도 어느 정도 사전 교감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혁신성장의 주체인 기업이 떠안는 부담을 덜어주자는 차원에서 ‘재벌·대기업 과세 정상화 공약’ 등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초고소득 법인의 법인세 최저한세율(기업이 최소한 내야 하는 세금) 상향 조정을 내걸었었다. 구체적으로 과표 1000억원 초과 기업의 최저한세율을 현행 17%에서 19%로 올리는 내용이다.

반대로 ‘분배 공약’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저소득층 고령가구의 소득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월 22만원인 노인 일자리수당을 4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었다. 노인 일자리수당은 지난해 27만원으로 인상됐다. 앞으로 상향 폭이 더 커지고,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