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 “젠더 문제는 세계관의 대결이자 영적인 도전”

입력 2018-05-31 00:00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이 지난 23일 신간 ‘젠더주의 도전과 기독교 신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이 '젠더주의 도전과 기독교 신앙'(두란노)을 펴냈다. 김 원장은 "한국 사회에 밀어닥친 젠더주의 물결을 대학과 연구소에서 학문적으로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사상사적으로 접근, 철학 윤리 신학적 조명을 통해 비판적으로 성찰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기독교학술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책을 쓰게 된 직접적 계기가 있었나.

“서울광장에서 펼쳐진 퀴어축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서울 시민의 휴식처에서 벌거벗은 모습으로 다니는 이들을 보면서 심각하다고 느꼈다.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 교회가 바른 방향을 제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2년간 발표해 왔던 글들을 책으로 묶었다.”

-책에서 젠더주의의 역사적 사상적 배경으로 네오마르크시즘과 급진적 페미니즘, 프랑스의 ‘68혁명’을 들고 있다.

“1960년대는 전통을 거부하는 새로운 세대들의 해체운동이 강하게 일어난 시점이다. 마르크스 사상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종합한 네오마르크시즘이 등장하며 유럽 공산주의자들은 문화혁명을 통한 사회체제의 전복을 시도했다. 현대인에게 성적인 해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먹혀들어가면서 프랑스 소르본 대학을 중심으로 ‘68혁명’이 일어났다. 미국에서도 UC버클리를 중심으로 성적 해방 운동이 펼쳐졌다.”

-급진적인 페미니즘이 젠더주의로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계기로 성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결정된다는 주장이 확산됐다. 90년대 주디스 버틀러가 ‘젠더가 생물학적인 성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면서 젠더라는 말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사용됐고, 퀴어이론과 젠더학이 확산됐다.”

-젠더주의에서 발전한 젠더 주류화 운동이 유사종교적 속성을 보인다고 했는데.

“젠더 주류화 운동은 인간의 성에 대한 과학적 이해, 사회의 법적 구조, 신학의 재구성이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진행 중이다. 원래 종교는 초자연적이고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인 데 반해, 유사종교는 사람들을 열광에 빠뜨리고 해방감을 주는 등 종교적 특성을 가진 것을 일컫는다. 젠더 주류화 운동은 왜곡되고 인위적인 세계관을 도입하면서 유사종교적 행태를 띠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인가.

“스웨덴에서는 성 중립적 교육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소녀, 소년 같은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미국에선 동성애자에게 웨딩케이크를 안 만들어주거나 사진을 안 찍어줬다는 이유로 법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동성애와 동성혼을 합법화하고, 이성애자를 역차별하려는 일종의 ‘동성애 독재’라는 성 정치가 펼쳐지고 있다. 이제는 ‘동성애보다 동성애 포비아가 더 문제’라는 식으로 오도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다.”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이를 어떻게 볼 수 있나.

“젠더주의는 생물학적 성이 아니라 사회적 성인 젠더가 곧 인간의 성이라고 주장한다. 여성으로 태어났더라도 내가 남성이라고 생각하면 남성으로 살아야 한다는 식이다. 이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2년 전 한국을 찾았던 독일의 선교신학자 페터 바이어하우스는 ‘젠더 주류화 운동은 인간 사회를 이루는 기본 단위인 남성과 여성이라는 양성으로 이뤄진 결혼과 가정의 기본 질서를 부정하는 문화인류학적 혁명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세계관의 대결이라는 의미인가.

“세계관의 대결이자 더 나아가 영적인 대결로 보고, 예수님이 이 세상에 다시 오시리라는 종말론적인 신앙관을 갖고 봐야 한다. 기독교인으로 살면서 성경적 세계관 위에 바로 설지, 인간이 신이 되려는 ‘호모데우스’로 살지 결단해야 한다. 동성애는 성경신학적으로 분명히 안 되는 것이다. 성경을 믿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동성애 자체가 중독이자 질병이라고 말해야 한다.”

-일부 기독교인의 과잉 대응이 ‘동성애 포비아’로 비판받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있다.

“기독교인의 지성과 윤리는 동성애는 중독이라고 지적하되, 정죄가 아니어야 한다. 이들을 진리와 치유의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참된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사마리아인의 태도가 필요하다. 교회는 동성애자들에게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예수님도 세리와 창녀들과 함께 있으면서 욕을 얻어먹었다. 예수님의 긍휼과 관용을 보이되, 그들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성경과 페미니즘은 양립할 수 없나.

“성경 자체가 건전한 페미니즘을 장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급진적 페미니즘은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남성을 여성의 착취자로 보고 무너뜨리려고 한다. 하나님은 남성과 여성을 상호 보완적인 존재로 창조하셨다. 그런 점에서 창세기 자체가 남녀권리장전이라고 본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