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검증 리포트] 개혁적 ‘흙수저’ vs 소탈한 ‘금수저’… 둘 다 가정사 약점

입력 2018-05-30 05:01 수정 2018-05-30 17:5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가 같은 장소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각 당의 경기지사 후보들이 29일 KBS 수원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 이홍우 정의당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글 싣는 순서
① 서울시장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
② 경기지사 이재명 남경필
③ 부산시장 오거돈 서병수
④ 경남지사 김경수 김태호

李, 최대 강점 ‘청렴·저돌’… 욕설·음주운전 등 ‘발목’
청년배당·무상 교복 등 밀어붙여 혁신의 아이콘
南, 권위의식 없고 친화력… 소장파 이미지도 강점
당 안팎 자기 사람 없고 이혼·장남 문제 ‘걸림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와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는 출신 배경 때문에 각각 ‘흙수저’와 ‘금수저’의 대명사로 분류되는 정치인이다. 이 후보는 개혁성·청렴성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남 지사는 친화력과 소장파 이미지가 정치적 자산이란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인지도에 비해 빈약한 당내 기반과 가족과 얽힌 구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 후보에 대한 평가는 ‘청렴성·개혁성’과 ‘인성·도덕성’을 기준으로 크게 엇갈린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의 최대 강점으로 청렴함과 저돌적 복지 행정을 꼽는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29일 “몇 년 전 이 후보를 만나 ‘청탁·민원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이 후보가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천장을 가리켰다”며 “‘청탁 서류 들고 온 사람도 CCTV 보여주면 딱 집어넣는다’고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선명한 개혁 성향도 이 후보를 규정하는 중요 요소다. 한 캠프 관계자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저돌적·공격적 자세가 오늘의 이재명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배당과 공공산후조리원, 무상 교복 등 박근혜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하면서도 밀어붙인 복지 정책은 이 후보를 ‘개혁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성남시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이 후보의 시정 기준이 시민과 서민에 맞춰져 있다 보니 사업주를 위한 사업은 아예 결재도 못 받은 적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성남시장 이재명’과 달리 ‘인간 이재명’에 대한 평가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박하다. 형수에게 욕설을 내뱉은 점과 두 차례의 음주운전 전과 등 자기관리에 소홀했다는 인식이 많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면 욕설 논란 등은 후보 결격 사유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에 욕설 파일을 처음 들은 의원 중에는 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당내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경기도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와는 소주 한 잔 한 적 없다”며 “이 후보와 친분 있는 민주당 의원이 많지 않다는 점은 앞으로도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 후보는 ‘오렌지’나 ‘금수저’란 별명에서 연상되는 모습과는 달리 실제로는 소탈하고 격의 없는 성격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남 후보의 한 측근은 “남 후보는 권위 의식이 별로 없고 솔직담백하다”며 “가정사에 대해서도 주변에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전직 경기도청 관계자도 “남 후보는 도청의 말단 주무관부터 방호원, 청소부에게도 먼저 인사하고 손 내밀 정도로 친화력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 1998년 정계 입문 이후 20년 동안 ‘소장파’로 분류돼온 점도 남 후보의 강점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당대 실세였던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다가 사찰을 당한 사실은 지금은 일종의 훈장처럼 기억된다. 경기지사 시절 여야 연정을 구현한 것은 최고의 정치적 업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작 한국당 내부 평가는 엇갈린다. 한 재선 의원은 “나이에 비해 경험도 많고 합리적”이라며 남 후보를 치켜세웠다. 반면 다른 의원은 “남 후보가 줄곧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는데 그런 스타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 ‘자기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장남의 군 복무 도중 후임병 폭행·추행 사건과 지난해 필로폰 투약 등 잇따른 범죄, 부인과의 이혼 등 가족 문제도 약점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가족 문제가 계속 불거질 경우 보수 유권자들에게는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못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승욱 이종선 김성훈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