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 중 강제추행 부분 재수사한다

입력 2018-05-28 21:29 수정 2018-05-28 23:42

배우 고(故) 장자연(사진)씨 성접대 의혹 사건이 9년 만에 재수사를 받게 됐다. 공소시효의 벽에 막혀 수사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사건기록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실마리가 잡힌 것이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28일 ‘장자연 리스트’ 사건 중 강제추행 혐의 공소시효가 2개월여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 전직 일간지 기자 1명을 수사 대상으로 지목해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다.

2008년 8월 한 노래주점에서 장씨 소속사 김모 대표의 생일파티가 열렸다. 배우 윤모씨는 이 자리에서 기자 출신 정치지망생 조모씨가 장씨를 강제추행했다고 지목했고, 조씨는 다른 남성이 추행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남성은 술자리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윤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윤씨가 초기 진술을 번복했다는 이유로 조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강제추행죄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이 사건은 오는 8월 4일 시효가 만료된다.

과거사위가 지난달 2일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검토 중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당시 검찰은 적극적인 허위진술을 한 것이 피의자인 조씨임에도 불구하고 핵심 목격자인 윤씨의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했다”며 “신빙성이 부족한 술자리 동석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조씨를 불기소 처분한 것은 미흡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은 과거사위는 검찰이 재수사를 통해 사안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냈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장씨가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알려졌다. 장씨는 언론계 금융계 대기업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 30여명을 100여 차례 성접대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검찰은 같은 해 8월 김 대표와 장씨 매니저 유모씨만 기소했을 뿐 성상납 혐의를 받은 이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강제추행 사건을 시작으로 검찰이 본격적인 재수사에 착수하면 공소시효가 남아있고, 입증 가능한 범죄 혐의가 추가로 포착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은 공소시효를 떠나 과거 수사에 미진한 부분은 없었는지 규명할 방침이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