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체제보장’ 타임라인 도출이 성공 가늠자

입력 2018-05-28 18:21 수정 2018-05-28 23:54

CVID 방법론을 기초로 이행시기 앞당기기에 초점
일괄타결·단계적 보상 절충 ‘트럼프 모델’ 먹힐지 주목
北, 확실한 1단계 조치 땐 美, 테러지원국 해제 등 거론
조셉 윤 “美 협상팀 목표는 비핵화 3단계 문서화 위해 北 동의 이끌어내는 것”


다음 달 12일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는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을 주고받는 액션 플랜을 도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북·미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2차 방북 당시 논의했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방법론을 기초로 이행시기를 앞당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괄 타결과 단계적 보상의 절충안으로 해석되는 ‘트럼프식 모델’이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남은 시간이 2주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문점 실무회담은 정상회담 성과를 가늠할 시험대다. 관건은 역시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와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통한 비핵화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일이다. 이와 함께 비핵화 단계를 최대한 압축해 시한을 설정한 뒤 세부 일정을 정하는 일이 남아 있다. 타임라인 도출의 중요성은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 당시 상황이 잘 보여준다. 6자회담 당사국이 비핵화 성명을 내고 이행 절차를 담은 후속 합의(2007년 2·13 합의)가 나오기까지 1년5개월이 걸렸다.

비핵화가 완료될 때까지 아무 보상이 없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북한이 핵 폐기로 이어지는 확실한 1단계 조치를 취하면 미국이 비핵화 중간단계에서 테러지원국 해제 등 제재 완화와 관계 정상화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국은 비핵화 최종 단계에서 폐기하는 완성된 핵무기를 시작 단계에서 조기 반출할 것을 북한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판문점 실무협상에서 이에 대한 나름의 수정안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들에서 진전이 있으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에서 발표할 합의문 초안을 다듬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한을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으로 보내기 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단계적(phase in)으로 하는 게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북한 역시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 직전까지 갔을 때 ‘트럼프 방식’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보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리비아식 해법을 따르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트럼프식 모델을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 협상팀의 목표는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제거 3단계 절차를 문서화하기 위한 북한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3단계 절차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어느 선까지 비핵화할지, 핵 폐기를 언제 어떻게 이행할지, 마지막으로 핵 폐기 이후 어떻게 검증할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28일 “북·미는 판문점 실무회담에서 각자 갖고 있는 의구심을 해소하고,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 때 합의한 내용들을 재확인하면서 그 시기를 얼마나 당길 수 있을지 논의했을 것”이라며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북·미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건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핵 폐기 사찰과 검증은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실무 회담을 열어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어디에서 어떤 바람이 불어오든 우리가 정한 궤도를 따라 우리 시간표대로 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권지혜 조성은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