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을 위한 기업경영] 불확실성의 시대, ‘애자일’ 경영 전략 주목하라

입력 2018-05-29 20:08

산업계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맹추격으로 제조업은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단계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급변하는 미국의 신보호무역주의 통상 정책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고 기업인들은 호소한다.

불확실성의 시대, 업계에서는 민첩함을 뜻하는 ‘애자일(agile)’ 경영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을 실행 중심의 민첩한 조직으로 만들어 혁신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강진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대한상공회의소 브리프에 기고한 글에서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일단 실행하고, 빨리 실패해보고,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할지 배우고 다시 시도함으로써 경쟁사에 앞서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애자일 전략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최강자는 ‘넷스케이프’로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렀다. 당시 점유율이 20% 아래였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가 넷스케이프를 몰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애자일 전략 덕분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민첩하게’ 시행착오를 거듭해 익스플로러를 소비자 PC에 안착시켰다.

애자일 전략의 장점은 업무를 맡은 팀이 자체적 의사결정권을 갖게 돼 직원의 자기주도적 업무수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영진은 실무에서 눈을 떼고 거시적 전략에 집중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고객의 피드백을 수시로 반영할 수 있어 실패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강 연구위원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률은 평균 11%에 불과한데 애자일 전략을 채택한 경우는 성공률이 39%라는 통계가 있다”면서 “이 전략은 IT 부문에서 성과를 보인 뒤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도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도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처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자장치(전장)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을 인수하거나 다른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LG그룹은 올해 자동차 부품, 자율주행 센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바이오 등 혁신성장 분야에 국내 총 투자액 19조원의 절반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철강 생산 현장에서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율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CJ는 식품·바이오·물류·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