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대선 내달 결선… 평화협정 미래 걸렸다

입력 2018-05-28 19:05

1차 과반 득표자 없어
우파 듀케 후보 14%P 앞서 “정부·반군 평화협정 고칠 것”
반군 출신 페트로 “협정 지지”


50여년간의 내전 종식 후 처음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의 승자는 다음 달 결선투표로 가려지게 됐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2년 전 정부와 반군이 맺은 평화협정의 미래가 판가름 난다. 1차 투표에서는 ‘협정 수정’을 요구하는 우파 후보가 ‘협정 유지’를 주장하는 좌파 후보를 14% 포인트 차로 앞질렀지만 최종 승패를 예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영국 BBC방송은 27일(현지시간)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 2위 후보가 다음 달 17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고 전했다.

개표 결과 보수 성향 ‘민주중도당’ 이반 듀케(41·왼쪽 사진) 후보가 39.1%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진보 정당 ‘인간적 콜럼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58·오른쪽) 후보가 25.1%로 뒤를 이었다. 중도좌파인 전 메데인 시장 세르히오 파자르도(61) 후보는 23.8%로 3위에 그쳤다. 결선투표는 듀케와 페트로의 양자대결로 치러진다.

이번 대선은 정부가 2006년 11월 최대 반군단체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평화협정으로 내전을 끝낸 뒤 처음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측 간 무력충돌이 없는 선거는 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6년 이후 52년 만이다. 평화협정을 맺은 FARC는 해산과 동시에 ‘공동체의 대안 혁명을 위한 힘’이라는 정치단체로 전환했다.

평화협정은 이를 성사시킨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줬지만 내부적으로는 콜롬비아를 정치적으로 양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판론자들은 협정이 반군 지도자와 조직원들의 과거 범죄를 처벌하지 않기로 하는 등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왔다. 산토스 정부와 FARC가 처음 도출한 협정은 국민투표에서 부결돼 한 차례 개정된 뒤에야 의회 승인을 받았다.

평화협정은 이번 대선에서도 핵심 대결 의제다. 듀케는 협정 반대운동을 주도했던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과 정치적 동맹 관계로 “대통령이 되면 협정을 수정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내전 중에 중범죄를 저지른 반군을 처벌하고 정치 참여도 제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보수층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페트로는 상원의원과 3선 하원의원, 수도 보고타 시장 등을 지낸 베테랑 정치인이기 전에 현재는 정치단체가 된 M19이라는 반군 단체 출신이다. 그는 평화협정을 지지하면서 부패척결과 재분배를 통한 불평등 해소 등을 공약했다. 젊은이와 저소득층이 주요 지지층이다.

어느 후보도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한 1차 투표는 평화협정 찬반으로 양분된 정치 상황을 요약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종 승패는 3위로 낙마한 파자르도 후보의 표가 어디로 향하는지에 달렸다. 1차 투표 결과가 나온 뒤 파자르도는 “결선에서 유권자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며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을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