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보수 ‘평균 1억’… 혈세 손 벌리면서 작년 6.1% 올려

입력 2018-05-29 05:02

산업은행 직원 평균 보수가 지난해 1억원을 돌파했다. 2015∼2016년 2년 연속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2016년엔 2조원 이상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보수를 6.1%나 올렸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금융공기업 중에서도 두드러진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본금 확충을 위해 국민 혈세에 손을 벌리면서도 직원 보수는 크게 올린 것이다. 남녀 간 임금 격차는 금융공기업 가운데 가장 컸다.

2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산은의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178만1000원으로 전년(9595만1000원)대비 6.1%나 상승했다. 신입사원 초임 연봉도 2016년 4670만4000원에서 지난해 4861만1000원으로 올라 5000만원에 육박했다.

산은의 연봉 규모와 상승률은 금융공기업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산은, 수출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IBK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 9개 금융공기업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8990만2000원이었고 연봉 인상률은 2.8%였다.

산은의 높은 연봉 상승률의 배경으로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이 거론된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경영실적 평가에서도 C등급에서 B등급으로 한 단계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산은은 영업이익 1조1890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2015년에도 5.3%의 임금을 인상한 바 있다.

성별에 따른 연봉 격차도 눈에 띈다. 지난해 산은 남성 직원의 평균보수는 1억2234만원인 반면 여성 직원은 절반수준인 6625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지난해 9개 금융공기업 남성 직원이 약 9975만원, 여성 직원이 약 6824만원을 받아 3100만원가량 차이 나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두드러진다.

연봉격차의 원인으론 경력 단절과 그로 인한 승진 제한이 꼽힌다. 2016년 설립된 서민금융진흥원을 제외한 8개 기관 남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15.95년이었지만,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9.85년에 불과했다. 특히 산은은 지난해 말 기준 임원과 1급 직원을 포함한 고위직 110명 가운데 여성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받기도 했다.

산은을 포함한 금융공기업의 높은 연봉 상승에 방만 경영이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공기업 직원의 평균 보수는 361개 전체 공공기관 직원 평균 보수(6707만원)를 훌쩍 넘겼다. 눈여겨볼 점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증가폭이다. 2013∼2014년 박근혜정부가 금융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문제 삼아 엄격하게 경영평가를 한 뒤 소폭 감소했던 평균보수가 2014년 이후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을 제외한 8개 공공기관의 2014년 평균 보수는 8587만8000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평균(6355만4000원)보다 35%가량 많았는데, 지난해에는 그 격차가 39%로 약 4% 포인트 벌어졌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