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이 나오는 것은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5일 국민일보 인터뷰를 시작으로 기자간담회 등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어떻게든 고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지 고려해서 필요하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27일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지불능력을 높여주면서 같이 가야 한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도 근로자 227만명이 최저임금 이하인데 해당 기업주는 불법을 한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또 한 번에 많이 높이면 불법이 그만큼 더 늘어난다”고 했다. 경제수장인 김 부총리나 노동운동가 출신인 홍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반하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을 펴는 것은 그만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을 때 어떤 후폭풍이 나타날지는 예견된 바다. 문 대통령 공약대로 2020년 1만원을 달성하려면 매년 15∼16%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최근 10년간 평균 인상률인 6.2%의 3배에 가까운 인상률이다.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당장 직원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결과는 고용통계로도 확인된다. 매달 30만명씩 늘어나던 취업자수가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10만명대 증가에 머물고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주로 포진돼 있는 도소매 및 숙박·음식점업 취업자수가 1분기 9만8000명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도 8만8000명의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올 1분기 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8%나 감소하면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일부 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요금에 전가해 물가상승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역설로 나타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구구조 때문이라거나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이 과장됐다는 청와대 참모들의 인식은 안이하다.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다음 달 28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노동계는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최저임금법안을 의결한 데 반발해 총파업과 노사정 대화기구 탈퇴 등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고연봉을 받는 대기업 노조가 주축인 민주노총 등이 저소득 근로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파업에 나서는 것은 이기적이다. 최저임금위는 노동계의 압력에 굴하지 말고 부작용을 직시해야 한다. 취지가 아무리 좋고 대통령 공약이라 하더라도 현장에서 감내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수정하는 게 맞다.
[사설] 김동연·홍영표의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이 옳다
입력 2018-05-2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