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서울시장 박원순·김문수·안철수
② 경기지사 이재명 남경필
③ 부산시장 오거돈 서병수
④ 경남지사 김경수 김태호
朴, 만기친람… 6급 주사 별명 일선 공무원은 “쉴 틈 없다”
金, 원칙과 신념 강하지만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
安, ‘CEO 리더십’으로 결단 주변에선 “독단적” 불만도
국민일보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정치적 평판을 취재했다. 함께 일했던 캠프와 소속 단체 관계자, 같은 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주요 취재 대상이었다.
시민단체 출신인 박원순 민주당 후보는 수평주의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소통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이러한 소통능력이 결단이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박 후보를 우유부단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문수 한국당 후보는 딱딱하고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치적 신념에 대한 진정성이 단점을 상쇄한다는 호평도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정치적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강인함을 갖고 있지만 그만큼 독단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박 후보의 최측근은 28일 “소탈하고 수평적 관계 맺기에 익숙하다”며 “오랫동안 시민단체를 거치면서 이런 게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도 “권위주의적이지 않고 포근하고 따뜻한 면이 있다”며 “인간미가 뛰어난 사람이며 소통능력이 최대 장기”라고 말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는 “서울시가 정책을 만든 뒤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들로부터 현장에서 정책 제안을 듣는 ‘청책(聽策)’ 개념이 박 후보의 소통 능력을 드러내준다”고 했다. 다만 소통능력이 중요한 정치적 결단의 순간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루두루 의견을 모으고, 포용하고 가다보니 때로는 혼자 외롭게 결단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약해지는 것 같다”며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 후보의 대선 경선 캠프를 총괄 지휘하겠다고 자청했으나, 박 후보는 고심하며 즉답을 주지 않았다. 결국 임 비서실장은 문재인캠프로 떠났고, 박 후보는 이후 대선 경선 참여를 포기했다. 박 후보는 수첩을 활용해 서울시 정책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6급 주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한 내부 불만이 상당하다. 박 후보 재임기간 서울시 공무원 8명이 자살한 것도 박 후보의 ‘만기친람(萬機親覽)’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마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후보가 정책을 너무 세세하게 챙겨 일선 공무원들이 쉴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만 박 후보 측 관계자는 “만기친람이 아니라 믿고 맡기는 시스템으로 시정을 하려고 한다. 이제는 수첩도 쓰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는 ‘스킨십’이 부족하고 정치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당 의원은 “사람을 챙기지 못하는 스타일”이라며 “동료 의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지 못하고 딱딱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다른 한국당 의원은 “운동권 시절의 영향인지 몰라도 원칙·신념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해 정치적으로 유연하지 못하다”고 했다. 2011년 경기지사 시절 119에 전화를 걸어 “내가 도지사인데 관등성명을 이야기하라”고 다그친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김 후보는 “융통성을 부려 대충 끊고 말아야 했는데 제가 고지식해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진정성은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다. 한국당 관계자는 “김 후보는 절대 남을 배신하거나 뒤통수는 치지 않을 것”이라며 “말을 하면 그 말을 믿어도 좋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했다. 홍준표 대표는 김 후보를 “영혼이 맑은 남자”라고 평했다.
안 후보를 지켜봐온 정치인들은 안 후보의 최대 장점을 돌파력이라고 말한다. 정치적 결단을 내리면 그것을 실행해 내기까지 거침이 없다는 얘기다. 바른미래당 의원은 “2012년 대선 후보로 정계에 입문한 뒤 새정치민주연합 창당과 탈당, 국민의당 창당과 바른정당과의 합당까지 정계 개편을 주도하며 끊임없이 도전했다”고 말했다. 다른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계 입문을 무소속 대선 후보로 하면서 처음부터 세게 단련이 된 것 같다”며 “멘탈이 흔들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 후보의 리더십에는 의문부호가 많이 달린다.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은 “독단적인 ‘CEO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며 “한번 정치적 결단을 내리면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인사들은 안 후보의 장·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난 사건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이라고 말한다. 안 후보는 박지원 전 대표 등 호남 의원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돌파력으로 합당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결국 합당 과정에서 실망한 호남 의원들이 대거 당을 떠났다. 의사결정 과정이 선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당내 의원들과 소통하지 않고 소수의 측근들과의 논의결과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바른정당과의 합당 과정에서는 “도대체 누구 말을 듣고 안 후보가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지난 대선 때도 소수의 측근들하고만 전략 등을 논의해 당내 일각에서 “소속 의원들을 소외시킨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다만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대선 이후 안 후보가 바뀌었다”며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한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후보자 검증 리포트] 서울시장 후보 평판 들어보니… ‘3색 강점’
입력 2018-05-29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