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성적, 최종 모의고사 보면 안다… 신태용호 마지막 평가전

입력 2018-05-29 05:05
한국 대표팀은 통상 월드컵 직전에 갖는 평가전 성적이 본선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28일 열린 온두라스전을 비롯해 러시아월드컵 직전 치르는 4차례 평가전을 허투루 보기 어려운 이유다. 위쪽은 2010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그해 5월 16일 열린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이청용이 골을 성공시키는 모습. 한국은 에콰도르에 2대 0으로 승리했고 이 기운을 바탕으로 본선에서도 선전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반면 2014년 6월 10일 미국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아래쪽)에서는 0대 4로 참패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일찌감치 짐을 쌌다. 뉴시스

2002·2010년에는 자신감 업… 본선 무대에서 좋은 성적 거둬
2014년 땐 수비 불안으로 고전… 브라질서도 참담한 결과 얻어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8일 온두라스전을 시작으로 러시아월드컵 최종 모의고사에 돌입했다. 역대 월드컵 직전 치른 평가전 결과는 대회 성적을 좌우할 만큼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에 신태용호는 다음 달 14일 월드컵 개막일까지 총 4차례 평가전을 통해 더욱 조직력을 가다듬고 팀 사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한국은 이날 대구 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을 마쳤다. 신 감독은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공언한대로 온두라스를 ‘가상의 멕시코’로 설정하고 포백 수비를 가동했다. 당초 스리백을 시사했던 그는 “상대에게 모든 패를 보여줄 수 없다”며 포백을 세웠다. 부상으로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김진수(전북)와 장현수(도쿄),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재성(전북)은 이날 엔트리에서 아예 빠졌다. 신 감독은 부상자들이 속출한 탓에 온두라스를 상대로 조직력이 아닌 선수 개개인의 능력, 전술 이해도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한국은 다음 달 1일 전주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을, 이어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각각 7일과 11일에 볼리비아, 세네갈과 차례로 평가전을 치른다. 대표팀 최종 명단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을 마친 뒤인 2일 발표될 예정이다. 신 감독은 “오스트리아로 건너가면 완전체가 돼 본격적인 훈련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평가전에서 얻은 자신감을 월드컵에서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축구 강호와의 실전 경험이 긍정적인 자극제로 작용하곤 했다. 한국은 2002 한·일월드컵 직전 잉글랜드(1대 1 무승부), 프랑스(2대 3 패) 등 강호와의 평가전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태극전사들은 월드컵 본선에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강국을 차례로 꺾으며 4강 진출의 기적을 써냈다.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했던 2010 남아공월드컵 직전 가진 평가전도 분위기가 좋았다. 당시 한국은 에콰도르와 일본을 상대로 각각 2대 0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를 탔다.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는 0대 1로 졌지만 훌륭한 자산이 됐다. 결국 본선에서 한국은 1승1무1패로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반면 4년 전 브라질월드컵 때는 모의고사 성적부터 좋지 않았다. 국내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튀니지에 0대 1로 진데 이어 가나에는 0대 4 완패를 당해 본선 경쟁력에 심각한 의구심을 남겼다. 결국 수비 불안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한국은 본선에서 1무2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인 채 대회를 마쳤다.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는 네 차례 평가전이 있었다. 세네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노르웨이, 가나를 상대로 1승2무1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대회 본선에서 1승1무1패의 준수한 성적을 내고도 강호 스위스(2승1무)와 프랑스(1승2무)에 밀려 조 3위를 기록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