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목회를 잘하고 계시는 분과 식사한 적이 있다. 훌륭한 인격과 실력을 가지신 분이다. 그분이 이런 충고를 하셨다. “소 목사님, 절대로 교회 생태계를 보호하는 사역이나, 연합사역 같은 일로 힘을 낭비하지 마세요. 그거 아무리 해도 안 됩니다. 어차피 유럽과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은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기도하고 복음을 잘 전하는 일입니다.”
물론 나를 위해 했던 말이지만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물론 그분의 시대 해석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미 무너졌던 영국교회나 미국교회가 “한국교회만은 자신들의 비극적 전철을 밟지 말고 제발 무너지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지 않은가. 그 목사님의 의식은 유럽과 미국에 불어 닥쳤던 ‘PC운동’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PC란 Political Correctness를 말하는데 우리말로는 ‘정치적 올바름’, 혹은 ‘정치적 정도’라는 말로 번역된다. 인종 성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장애 종교 직업 등의 편견이 섞인 언어를 쓰지 말자는 것이다. 즉,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서 곧이곧대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유리하고 아름다운 말만 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낙태나 동성애를 나쁘다고 말하지 말고 인권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이슬람의 테러도 다문화의 불가피한 저항이나 아름다움으로 미화해 말하자는 것이다.
듣기엔 얼마나 옳은 듯하고 좋은 말인가. 그러나 바로 이러한 PC운동에 의해 문화적 병리현상이 일어나게 됐고 기독교의 절대 가치나 절대 진리가 공격을 받게 됐다. 그러면서 유럽교회뿐만 아니라 미국교회가 힘을 잃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목사님도 PC운동이 한창이던 1990년대에 미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영국교회가 무너지고 미국교회가 반기독교적인 악법을 수용할 때 목회자들이 다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노터치(No touch)하겠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복음만 전하고 목회에만 충실하겠습니다.”
물론 당연히 복음을 잘 전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 영국교회와 미국교회는 반기독교 악법을 허용해 버리고 목회 생태계를 전부 파괴해 버리고 만 것이다. PC의 흐름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던 때에 그들은 정치적, 사상적 흐름과 싸우지 못한 자신들의 무책임과 무능함을 오직 복음만 전하면 된다고 변명했던 것이다.
그 결과 영국교회 목회자들은 지금에 와서는 복음을 제대로 전하고 싶어도 법으로 금지돼 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PC운동은 교회까지 침묵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흐름을 홍지수씨가 쓴 ‘트럼프를 당선시킨 PC의 정체’(북앤피플)라는 책에서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 저자는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PC로 인해 미국사회에 만연하게 된 문화적 병리현상과 반기독교적인 정서와 사상, 공격적 사조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있다.
그런데 PC의 쓰나미가 우리 사회에 밀려오며 한국교회를 해체시키고 기독교의 절대 가치를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때에 가장 시급한 것은 ‘목회자들의 의식전환’이다. 나도 한동안 성장주의에 매몰돼 개교회 부흥과 목회밖에 몰랐다. 그런데 목회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전환돼 지금은 사상전, 문화전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일은 어느 한두 사람의 각개전투로는 안 된다. 한국교회가 연합해 힘을 모아야 한다. 특별히 교계 연합기관이 무조건 하나 되어 대사회적 대응을 펼쳐야 한다.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PC의 전략과 흐름을 간파해야 한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가면을 쓰고 기독교의 절대 가치를 무너뜨리며 교회를 해체하려는 위선과 거짓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 특별히 각 지역 기독교연합회는 이런 후보자들로부터 다짐을 받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PC를 찻잔의 태풍에 그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시온의 소리] PC의 쓰나미를 찻잔 속 태풍으로
입력 2018-05-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