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례교의 뿌리를 찾아서] <3> 전 세계에 영향력 끼친 영국의 침례교 목회자들

입력 2018-05-29 00:00
윌리엄 캐리
지난달 22일 영국 몰턴 캐리 침례교회에서 마거릿 윌리엄스씨가 한국 침례교 목회자들에게 윌리엄 캐리의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래 왼쪽 사진은 캐리가 남긴 유명한 모토 ‘위대한 일을 기대하라, 위대한 일을 시도하라’가 새겨진 스테인드글라스. 오른쪽 사진은 캐리 침례교회 옆 캐리가 살았던 오두막에 새겨진 안내글을 침례교 목회자들이 함께 읽어보고 있는 모습.
네덜란드를 거쳐 영국에서 뿌리내리기 시작한 침례교회는 1689년 종교관용법이 제정되면서 마침내 종교의 자유를 획득했다. 17세기 신앙 정체성을 확인하고, 예배당 숫자가 늘어나는 등 침례교회는 영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18세기 뜻하지 못한 영적 침체기에 접어든다. 종교적 관용이 허락되자 신앙에 대한 무관심이 늘었고, 교리의 극단화가 심해지면서 분열이 생겼던 것이다.

일반침례교회는 급속도로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반면 비슷한 위기에 처해 있던 특수침례교회는 앤드루 풀러, 로버트 홀 등 목회자들을 통해 신학적 균형을 되찾았다. 그리고 개신교 처음으로 해외 선교에 나선 윌리엄 캐리(William Carey·1761∼1834)의 등장으로 선교운동의 뜨거운 불을 지폈다.

위대한 일을 기대한 윌리엄 캐리

지난달 22일 유관재 성광교회 목사와 침례교 순례단 19명은 영국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몰턴(Moulton)으로 향했다. 이곳엔 ‘위대한 선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캐리가 1785년부터 시무했던 캐리 침례교회와 그가 살았던 오두막이 남아있다.

이 교회의 마거릿 윌리엄스씨가 침례교 목회자들을 반기며 캐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교회의 캐리 기념홀 한쪽 벽면은 캐리의 생애를 그린 6점의 벽화로 채워졌다. 벽화는 스텔라 케틀 등 몰턴 아트그룹 멤버들이 1991년 함께 그린 것이다.

“캐리는 처음에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다 성도들의 부탁으로 교회에서 설교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여기에서 머무는 동안 해외 선교에 대한 비전을 키워나갔지요. 당시 그는 세계지도를 만들면서 세상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곳이지만, 복음을 모르는 어두운 지역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요.”

이어 윌리엄스씨는 캐리가 살던 작은 오두막집으로 한국의 순례단원들을 안내했다. 이 오두막집은 지금 작은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는 “캐리는 몰턴에 머무는 동안 3평 남짓한 오두막에 살면서 학교에선 아이들을 가르치고, 제화공으로서 구두 만드는 일을 계속했다”며 캐리가 무두질한 가죽을 식히던 공간을 가리켰다. 또 캐리가 당시 학생들에게 가르치며 사용했던 자료와 선교의 꿈을 키우며 그렸던 세계지도, 그가 설교했던 강대상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들려줬다.

캐리는 늘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고 있었으며, 동료 목사들에게 해외 선교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간곡히 호소하곤 했다. 이교도 나라에 가는 것은 위험하다거나 아직 영국에서도 할 일이 많다고 주장하는 목회자들을 집요하게 설득했다고 한다.

캐리가 남긴 모토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하나님께 위대한 일을 기대하라. 하나님을 위해 위대한 일을 시도하라(Expect great things from God, Attempt great things for God)’이다. 1792년 그가 노팅엄에 있는 목회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 장막터를 넓히며 네 처소의 휘장을 아끼지 말고…”로 시작하는 이사야 54장 2∼3절을 본문으로 설교하며 외쳤던 말이다. 캐리는 이듬해 결국 해외선교회를 세계 최초로 세웠고, 인도 선교사를 자청해 인도로 떠났다. 인도에서 그는 아내가 정신병으로 고통받고 자식을 잃는 아픔 가운데에서도 선교 열정을 잃지 않았다. 인도어 성경뿐만 아니라 중국어, 미얀마어 등 44개 언어로 성경을 번역 출간했다. 또 인도에 최초의 근대적 대학인 세람포르대학을 세웠다.

교회에선 그의 가장 유명한 모토를 새긴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방문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 목사는 “우리도 윌리엄 캐리의 수혜자”라며 “이분 때문에 침례교를 비롯해 장로교 감리교 등 여러 교단이 선교를 시작했고, 이분에게 도전받은 선교사들이 대한민국 땅을 밟으면서 내가, 우리가 복음을 듣게 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유 목사는 “캐리는 위대한 일을 기대하고 시도할 때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시는지 보여준 주인공”이라며 “여전히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고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몰턴=글·사진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