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전해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요구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와 같은 의미인지는 불분명하다. 북·미 간 의제 실무협상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말한 비핵화가 CVID를 이야기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북·미 간 회담을 합의하고 실무협상을 한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북한의 그런 의지를 확인한 것 아니겠느냐”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어 “혹시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실무협상 과정에서 다시 한번 분명하게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에 대한 이견 조율, 이후 로드맵 작성은 북·미 양측이 협의할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북·미가 비핵화에 대해 뜻이 같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갈 것인가라는 로드맵은 양국 간 협의가 필요하고 그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로드맵은 북·미 간 협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앞질러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공개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은 쓰지 않았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이날 “양 정상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나갈 것에 대해 견해를 같이했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 선언에 담긴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한 수준이다.
북·미는 비핵화 대상과 방법에 대한 견해 차 때문에 정상회담 무산 직전까지 갔었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로 양측의 난기류가 걷히긴 했지만 향후 협상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전망이 많다.
미국은 CVID를 목표로 고강도 사찰·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가 전제되지 않은 핵 폐기는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한을 보내기 전 리비아식 해법을 거부하며 정상회담 재검토 가능성을 먼저 시사했던 쪽은 북한이다.
이런 근본적 인식 차이에도 불구하고 북·미가 계속 대화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문 대통령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인식한 가운데 회담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실무협상도, 본회담도 잘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는 완전한 비핵화에 따르는 체제안전 보장 문제에서도 중심을 다른 곳에 두고 있다. 북한은 특히 미국이 강조하는 경제적 번영론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우리가 회담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바라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에 티끌만한 기대도 걸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내적으로 미국의 경제 지원이 시혜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핵 위협 해소 등 정치적·군사적 조치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北 비핵화’, 美 요구 수준인지 불분명
입력 2018-05-2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