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고 대출·허위 공시 등 언제든 가능한 환경에 노출
인력 너무 적어서 상품 심사 제대로 못해 부실화 위험 커
부동산 담보 대출 비중 너무 커 중금리 표방 불구 ‘고금리’도
직장인 김모(30)씨는 결혼자금을 불리기 위해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업체에 투자했지만 업체 직원이 투자금을 횡령해 돈을 날릴 처지가 됐다. 박모(43)씨는 ‘부동산 상품은 근저당권이 확보돼 안전하다’는 P2P 업체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 그러나 해당 P2P 업체는 근저당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고 박씨는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P2P 업체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일부 업체는 사금고 대출, 허위 공시 등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P2P 금융 규제 법안 공백 속에 금융 당국은 적극 대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은 ‘P2P 연계 대부업자 영업실태 조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업체 75곳의 누적 대출액은 2조2700억원에 달한다. 대출 유형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동산담보대출 비중(66%)이 개인·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신용대출(17%)보다 훨씬 높았다.
P2P 업체 대부분이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차주에게 대출을 해줘 ‘대출 부실화’ 위험이 컸다. 대출 상품을 심사하는 직원이 평균 3.7명에 불과해 담보물 평가, 투자·상환금 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관리에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율(5%)은 P2P 대출 전체의 평균 연체율(2.8%)보다 배 가까이 높았다. 최근 부동산 전문 P2P 업체인 헤라펀딩은 연체율(23.16%)을 이기지 못해 P2P 업체 최초로 파산 신청을 하기도 했다.
‘깜깜이 투자’도 문제다. P2P 업체가 차주와 공모해 허위로 대출 매물을 내놓아도 투자자들은 알 수 없다. 실제로 지난 1월 한 P2P 업체 대표가 허위 차주를 내세워 투자자 모집 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금감원은 “업체 75곳 중 5곳은 관계자나 대주주와 공모해 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P2P 업체들이 표방했던 ‘중금리 정책’도 거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금리는 중금리 수준(12∼16%)이지만 플랫폼 이용료가 더해지면 대부업체의 고금리 수준이 된다.
대출 부실 문제가 총체적으로 드러났지만 금융 당국은 적극 대응할 수 없다. P2P 금융 규제 법안이 10개월째 국회에 계류돼 감독할 법적 권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금감원은 감독 권한이 있는 연계 대부업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P2P 업체를 들여다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실태조사를 완료하고 규정 위반 업체가 발견되면 현장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P2P 업체의 자율 규제를 책임져 왔던 P2P금융협회는 업체 간 입장 차이로 와해될 위기에 처했다. 신현욱 전 P2P금융협회장은 돌연 사퇴했고 렌딧, 8퍼센트 등 상위 업체들도 줄줄이 협회를 탈퇴했다. 한 P2P 업체 대표는 “부동산 전문 업체냐, 신용대출 전문 업체냐 등에 따라 각 회사의 이해관계가 다른데 금감원이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니 굳이 협회에 남아 있을 이유를 못 찾는 회사들이 탈퇴를 검토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못 믿을 P2P업체들… 주먹구구 운영에 투자금 날릴 우려
입력 2018-05-28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