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정부 직접 개입 신중해야” 리처드 프리먼 하버드 석좌교수 쓴소리

입력 2018-05-28 05:03

노동경제학 권위자인 리처드 프리먼(사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가 한국 정부의 ‘일자리 안정 자금’ 정책에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의 직접 지원이 한계기업의 임금 보전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다만 일자리 안정 자금 정책을 꺼내게 만든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프리먼 교수는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금 보조금은 신중해야 한다. 왜냐면 (기업이) ‘이렇게 임금이 높아지면 지급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생산성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30인 이하 영세 사업장에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의 일자리 안정 자금을 지급하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임금 보전이 해당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프리먼 교수는 “영세 기업의 문제는 생산성을 높이기 힘들다는 점”이라며 “일자리 안정 자금을 특별 기금으로 만들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처방에 쓰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올해 최저임금을 16.4% 올린 것과 관련해 “프랑스 등에서는 최저임금이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며 “더 많은 근로자에게 소득을 분배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엔 “최저임금이 (전체 임금근로자) 중간 소득의 50∼60%까지 간다면 문제가 될 거라고 본다”면서도 “미국이나 프랑스는 최저임금이 상당히 높지만 고용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올 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중간 소득 계층인 3분위 가구의 소득은 403만5000원이다. 월 기준 최저임금(157만원)은 중간 소득의 40% 정도에 해당한다.

되레 최저임금을 받아들일 수 없는 기업은 퇴출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프리먼 교수는 “최저임금을 높였을 때 누가 살아남을지는 시장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국숫집 2개 사라져도 젊은층을 위한 고부가가치 일자리 하나 생기는 게 의미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이익 공유 모델을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프리먼 교수는 “로봇 등 신기술에 세금을 매겨 정부가 분배하기보다는 ‘국부 펀드’를 만들어 모든 국민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가장 포용적 형태”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법인세 인하책의 고용 효과에 대해선 “세금 인하 이후 기업들은 자사주를 사들여 기존 주주를 배불리는 데 매진하고 있다”며 “고용 시장에 뚜렷한 효과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