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연 4%대 금리의 적금을 내놓자 은행권이 들썩인다. 영업점포를 줄이며 소매금융에 힘을 빼던 기존 행보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17일 최신 소비 트렌드인 ‘짠테크’(짠돌이+재테크) 상품 ‘데일리 자유적금’을 출시했다. 데일리 자유적금은 체크카드 결제 시 미리 설정한 금액에 따라 자투리 저축이 가능한 상품으로, 각종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4.1%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산은이 수신상품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2월 ‘KDB파트너스통장’ 이후 15개월 만이다.
은행권에선 산은의 소매금융 강화 신호가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산은은 2011∼2013년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시절 민영화에 대비한다며 소매금융에 힘을 쏟은 바 있다. 그 결과 2011년 12월 말 61개였던 산은의 영업점포는 2012년 12월 83개까지 늘었다. 2011년 11월 말 2125명이었던 일반직원(책임자와 행원)도 2013년 3월 2777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기조가 바뀌었다. 산은 민영화가 물 건너가고 정책금융기관으로 복귀하며 민간금융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매금융을 축소한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비슷했다. 83개였던 산은 점포는 지난해 12월 77개까지 줄었고, 올해에도 3곳의 지점을 폐쇄할 방침이다.
산은은 이번 상품 출시가 민영화나 소매금융 확대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비중이 작아도 수신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고객들을 위해 최신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내놓은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또 정책금융 업무를 위한 자금조달 차원에서도 수신 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시중은행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3%대 예·적금 상품도 흔치 않은 상황에서 산은이 파격적인 금리의 상품을 내놓자 힘든 영업 환경에서 정책금융기관이 민간 영역에 진출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산은의 소매금융 방침이 또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이동걸 산은 회장 등과 2016년 펴낸 저서 ‘비정상경제회담’에서 “이명박정부가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한 것은 옳았다고 본다”고 밝혔던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윤 원장은 “대기업 지원에 치중해 온 산은이 한국 경제 체질 변화에 필요한 정책금융 수요에 효과적으로 부응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이같이 주장했었다. 다만 그는 박근혜정부에서 산은을 정책금융기관으로 되돌렸기 때문에 민영화보다는 효과적인 정책금융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産銀, 최고 年 4.1% 파격 적금에 은행권 ‘화들짝’
입력 2018-05-27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