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에서 압도적인 찬성 여론으로 낙태금지법이 폐지됐다. 여성의 권리 신장에 큰 획을 그은 ‘역사적인 승리’라는 평가와 함께 낙태를 법적으로 허용하면 태아의 생명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아일랜드에서 실시된 낙태금지법 폐지 국민투표 결과 찬성이 66.4%(142만9981명), 반대가 33.6%(72만3632명)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투표율은 64.1%다.
아일랜드에서 사실상 모든 낙태를 금지했던 기존의 수정헌법은 임신부와 태아에게 동등한 생존권을 부여해 낙태를 할 경우 최대 14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 새 입법안은 임신 12주 이내 중절 수술에 대해선 제한을 두지 않는다. 12∼24주 사이에선 태아 기형이나 임신부의 건강 또는 삶에 중대한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 낙태를 허용한다. 하지만 낙태가 살인에 준하는 행위이며 법으로 금지하지 않으면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태아를 언제부터 인간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도 여전히 대답은 엇갈린다. 다만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세계적 흐름이다. 유럽에서 아이슬란드는 임신 16주, 스웨덴은 18주, 네덜란드는 22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영국은 의사 두 명의 동의 아래 임신 24주 이내 낙태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 6년 만에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재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모자보건법상 예외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질환이 있을 때, 강간 또는 준강간 등으로 인한 임신일 경우 24주 이내에서만 낙태가 허용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가톨릭國 아일랜드마저… 낙태금지 헌법조항 폐지
입력 2018-05-27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