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 대신 ‘조·미 정상회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또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이 아니라 ‘북·미 간 적대관계 종식’이라는 표현도 구사했다. 두 용어 모두 북한이 사용하는 용어다. 문 대통령이 북한 표현을 활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배려한 것이라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지난번 4·27 회담 이후에 남북 간 대화에서 약간의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며 “조·미 정상회담 등 아주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함께 협력해나간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아주 뜻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미 정상회담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조·미 정상회담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지칭할 때 쓰는 북한식 용어다. 남측 최고 지도자가 북한 영토를 방문해 북한식 표현을 쓴 것이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적대관계 종식’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천할 경우 북한과의 적대관계 종식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역대 미국 정부는 북한과 적대관계에 있다는 표현을 피해왔다. 북한의 핵무장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산물이라는 북한 주장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식 표현을 사용한 것은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남측 용어를 쓴 것에 대한 보답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당시 문 대통령에게 “탈북자 등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북한은 북한군 대신 인민군이란 표현을 쓴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탈북자라는 용어를 언급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에 가서는 그쪽 언어를 써주는 게 통상적인 예우”라며 “김 위원장도 남측에 내려와서 우리식 언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北·美’ 대신 ‘朝·美’ 정상회담… 文 대통령, 북한식 표현
입력 2018-05-27 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