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힘든 건축 일 안 하도록…”

입력 2018-05-28 05:00
올 시즌 육성선수로 입단한 KT 위즈의 신인 한두솔(21)은 이달 초 구단과 정식 계약을 맺었다. 고교 졸업 당시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한 한두솔은 지난 3년간 일본에서 야구를 배우며 프로에의 꿈을 키워 왔다. 사진은 한두솔의 퓨처스리그 투구 장면. KT 위즈 제공

퓨처스리그 KT 좌완 한두솔 2014년 드래프트 포함 안돼…日서 꿈 키운 뒤 육성선수로
올 시즌 팀 내 최다 20경기 등판 1승3홀드, 평균자책점 3.51


퓨처스리그에서 뛰는 KT 위즈의 좌완 한두솔(21)은 2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9회말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투구 수 14개 가운데 12개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구원투수인 그는 올 시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0경기에 나와 1승3홀드,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 중이다. 한두솔은 “1군에 올라가 아버지께 홀드나 세이브를 안겨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두솔은 ‘아들을 낳으면 무조건 야구선수로 만들겠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초등학생 때부터 야구선수로 자랐다. 에이스의 산실이라는 광주제일고에서 준수한 좌완이었고 2014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때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하지만 그 해 신인 드래프트장에서 끝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한두솔의 아버지는 “힘들면 관둬도 괜찮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꿈을 아는 한두솔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주변의 만류를 물리치고 일본으로 떠나 도전을 계속했다. 국가대표 시절 만나본 일본 선수들의 인상이 깊었고, 솔직히는 일본프로야구(NPB)에 대한 꿈도 있었다고 했다. 한두솔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리세이샤전문학교라는 일본의 대학생이었다. 이 대학 야구부 소속으로서 일본 사회인야구 리그에 참가할 수 있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운동을 배우는 고통은 컸다. 일본인 코치들과 묻고 답할 때에는 글러브를 벗고 스마트폰의 통역 어플을 눌렀다. 부족한 생활비 때문에 먹을 것은 늘 부족했다. 아침과 저녁은 학교 기숙사에서 제공됐지만 운동장에 나와 있는 점심시간에는 스스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한두솔은 전날 준비한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먹었다. 한두솔은 “최대한 싼 것들로 샀다”고 말했다.

한두솔은 기숙사에 돌아온 밤에도 2㎞ 떨어진 공원에 달려갔다 돌아오기를 매일 반복했다. 투수로서 하체를 단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고, 무엇보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가 한국에서 자신의 데뷔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KT에 연봉 2700만원의 육성선수로 입단할 수 있었다. 가능성을 눈여겨본 구단은 한두솔을 스프링캠프 멤버에도 포함시켰다.

그가 지금까지 퓨처스리그에서 소화한 25⅔이닝은 선발을 제외한 팀 동료 가운데 가장 많다. 원래 직구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입단 후 류택현 코치로부터 배운 커브가 쏠쏠한 역할을 했다. 한두솔은 이달 초 육성선수 꼬리표도 떼었다. 한두솔은 “정식 계약을 맺었을 때 아버지께서 가장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그에게 1군에 오르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한두솔은 “한 타자 한 타자를 모두 마지막 타자라 생각하고 던지겠다”며 “나 때문에 고생하신 아버지께 티켓을 보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두솔이 KT의 유니폼을 입을 때 그의 아버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잘 배우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두솔은 “아버지께서 더 이상 힘든 건축 일을 안 하실 수 있도록 꼭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