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은 형식면에서 파격이었다. 사전 의제 조율이나 예고 없이 최고지도자들이 만나는 것은 국제 외교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일각에서 “충동적” “졸속”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지만 남북 정상이 만나 직접 소통하는 건 잦을수록 좋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핫라인)를 통해 민족의 중대사를 수시로 진지하게 논의하고 신뢰를 굳건히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만남은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은 6월 1일 고위급 회담을 개최키로 하는 등 4·27 판문점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함으로써 일시 막혔던 남북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고 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남북은 오랜 반목으로 인해 서로에 대한 신뢰가 미약한 게 사실이다. 민족적 화해와 평화 번영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지만 언제, 어떤 장애물이 또 불거질지 안심할 수 없다. 수시로 만나 터놓고 얘기를 나누고 이견이 있으면 좁혀가야 한다. 두 정상은 앞으로도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핫라인 통화나 직접 만남 등을 통해 소통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일방통행식 구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요청에 의해 성사됐다. 북한은 판문점 회담을 통해 합의한 고위급 회담을 지난 16일 개최하자고 제안하고도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취소했었다. 그러다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이상 징후가 보이자 남한에 부랴부랴 SOS를 친 꼴이다. 남북 관계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지렛대 정도로 활용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당연하다. 합의사항 이행에 소극적이다가 아쉬울 때만 손을 벌리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남한의 신뢰와 협력을 얻을 수 없다는 걸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사설] 남북 정상, 북이 아쉬울 때만 만나서는 안 된다
입력 2018-05-2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