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콰르텟(quartette)의 향연’이 클래식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세계적 실내악단인 미국 ‘에머슨 콰르텟’이 다음 달 초 음악극 ‘쇼스타코비치와 검은 수사’를 아시아 초연한다. 이어 세계 정상급 4중주단으로 꼽히는 독일 ‘아르테미스 콰르텟’이 첫 내한 공연을 하고, 실내악 강국 체코의 ‘파벨 하스 콰르텟’이 곧 무대에 오른다.
에머슨 콰르텟은 세계적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이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5개의 현악 사중주단 중 하나”로 꼽는 악단이다. 그래미상 9차례, 그라모폰상 3차례를 수상한 것을 비롯해 권위 있는 클래식상인 에이버리 피셔상을 실내악단 최초로 받기도 했다. ‘쇼스타코비치와 검은 수사’는 에머슨 콰르텟이 지난해 창단 40주년을 기념해 만든 작품이다.
6월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안톤 체호프의 소설 ‘검은 수사’를 오페라로 작곡하려고 했던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집념을 그리고 있다. 검은 수사는 주인공이 환영 속에서 수도복을 입은 대학자를 만나면서 예술에 대한 투지를 불태우다 좌절하는 내용이다. 실내악과 연극을 결합한 형식으로 쇼스타코비치의 고뇌를 역동적으로 표현한다. 미국 연출가 제임스 글로스먼이 대본을 썼다. 글로스먼은 “쇼스타코비치는 말년에 ‘검은 수사’에 강박적으로 집착했다”며 “이 작품은 쇼스타코비치의 일생을 미묘하게 투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9년 창단돼 차세대 현악 4중주단의 맏형으로 대접받는 아르테미스 콰르텟은 독일 ARD 국제음악콩쿠르와 이탈리아 프레미오 파올로 보르치아니 콩쿠르에서 1위에 입상했고 에코 클래식상, 황금 디아파종상, 독일음반비평가상 등 주요 음반상을 골고루 수상했다. 베토벤 현악 4중주 음반으로 2011년 프랑스의 샤를 크로 아카데미 그랑프리를 받았다. 아르테미스 콰르텟은 다음 달 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 3번과 슈만의 현악 사중주 등을 연주한다.
2002년 창단된 파벨 하스 콰르텟은 단기간에 그라모폰상, 황금 디아파종상, BBC 뮤직 어워드 등 굵직한 음반상을 거머쥐었다. 두 번째 내한 공연을 하는 이 악단은 다음 달 8일 LG아트센터에서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 스메타나의 현악 사중주 1번 ‘나의 생애로부터’와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사중주 2번을 연주한다. 클래식평론가 황장원은 “아르테미스 콰르텟은 과거 콰르텟 계보를 이어가면서 엄격하고 치밀한 연주를 하고, 보헤미안의 개성을 간직한 파벨 하스 콰르텟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고 평가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에머슨·아르테미스·파벨 하스 세계적 콰르텟, 한국 무대 선다
입력 2018-05-27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