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되돌리고 北 달래고… 文, ‘전화 중재’ 나선다

입력 2018-05-26 05:05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NSC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언 직후 소집됐다. 왼쪽부터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제공

‘한반도 운전자론’ 최대 난관 봉착 “양 정상, 자기 뜻 명확히 전하라”
특사 파견 등 적극적 행동 촉구… 폼페이오 “북과 대화 지속 의지”
대북 특사 파견 가능성도 거론


순항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으로 인해 성사 직전까지 갔던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정상 간 직접 소통할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실무 협상 난항으로 번번이 무산됐던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고 직접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메시지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미는 물론 남·북·미 정상회담 문제가 함께 논의됐다. 하지만 불과 이틀 만인 24일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휘말렸다.

문 대통령은 24일 밤 11시30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한 뒤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문 대통령은 양국의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다”며 “양 정상이 서로의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경우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힌 적이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북 특사로 파견돼 만났을 뿐 북·미 간 협상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각각 미국을 비난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이런 방식이 미국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 직후인 이날 오전 북한은 김 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김 제1부상이 북·미 정상회담 성사 의지를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비록 위임 형식이라도 김 위원장이 입장을 밝힌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김 위원장과의 직접 소통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내부에는 북·미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 흐름이 강하다. 반면 김 위원장을 두 차례 만났던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대화에 적극적인 뜻을 밝히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과의 대화 지속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정부 차원의 중재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통화하고 북·미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미뤄졌던 김 위원장과의 ‘핫라인’ 통화도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 특사 파견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로 협상에 익숙하지 않은 북·미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개 역할을 위해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상할 수 있는 노력들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북·미 정상 간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필요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