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평생 가슴 속 1번이예요”…준희와 진아 ‘밥 누나’ 정해인·손예진

입력 2018-05-28 05:05
정해인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주연배우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는 “행복하게 찍었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평생 제 가슴 속에 1번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예진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멜로퀸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열망이 달라졌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돼야 할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말했다.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실에 있을 법한 연애를 드라마로 보여주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단단한 공감대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쉽게 외면당할 수도 있다. 온갖 장애물들을 물리치고 사랑을 이루는 모습을 드라마에서나마 기대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JTBC)는 그런 면에서 논란의 드라마였다. 방송 초반 서준희(정해인)와 윤진아(손예진)의 풋풋한 사랑이 신드롬을 일으켰으나 두 사람의 관계가 외부 요인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꼬이면서 반응도 갈렸다. 하지만 배우들의 절절했던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이 거의 없다. 완벽하게 준희와 진아였던 정해인(30)과 손예진(36)을 각각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준희가 여기 앉아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정해인은 극 중 준희가 종종 입던 옷을 입고 나와 이렇게 말했다. 역시나 싱크로율 100%였다.

작가나 감독이 정해인을 염두에 두고 준희 캐릭터를 만든 건 아니었다. 캐스팅 전 이미 대본이 완성돼 있었고, 안판석 PD는 정해인이라는 배우를 몰랐었다. 김은 작가는 “정해인이라는 사람을 몰랐었는데 어떻게 준희와 딱 맞는 사람이 왔을까 소름 돋을 정도였다”고 했다.

정해인과 준희는 얼마나 닮았을까. “어릴 때 엄마를 잃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상황에서 준희는 일찍 어른이 됐어요. 저도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조부모님 손에 자랐고, 일곱 살 어린 남동생도 돌보면서 애늙은이처럼 컸어요. 사랑을 대하는 태도도 비슷하고요.”

준희가 유머러스하고 장난기가 많다면 정해인은 진지한 편이라고 한다. “저는 좀 재미가 없어요. 친구들이 저한테 농담을 잘 안 해요. 진담으로 오해하는 일도 있어서(웃음). 맨손 운동, 걷기, 자전거 타기를 좋아해요. 이렇게 말하니 활동적인 사람 같지만 잘 보면 혼자서 하는 운동들이에요.”

이 작품의 대본은 지난해 10월 완성됐다. 손예진은 대본을 다 읽고 이 작품을 택했다. 손예진은 “현실에 있을 법한 드라마를 하고 싶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사랑의 모습을 잘 보여줄 드라마를 딱 만났다”고 했다. 드라마는 집 앞, 지하철, 회사 옥상 등 현실의 공간에서 30대 연인들이라면 할법한 연애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연애의 고민까지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진아의 태도와 선택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손예진의 생각은 어떨까. “진아가 성숙해져가는 모습을 보여준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전 멜로보다 진아의 인생이라는 큰 틀에서 드라마를 봤어요. 특히 준희와 헤어지고 3년 동안 진아는 껍데기였어요. 남들처럼 살아가려고, 남들의 삶을 흉내 내면서 지냈던 거라고 봐요.”

손예진은 이번 드라마로 멜로퀸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전 다양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있는데, 멜로를 특히 좋아해 주신다는 걸 다시 알게 됐어요.”

정해인은 첫 주연작에서 대중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준희로 성공한 것이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20대 후반이던 2014년 데뷔해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걸 감안하면 우려보다 기대가 큰 배우라는 평가다. “준희가 꼬리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제가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매 순간 도전을 할 것이고, 그 도전을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문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