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서 정기상여금을 월 단위 지급 ‘꼼수’ 우려, 인상 효과 반감될 수도
고용장관 “내년 최저임금 합리적 결정에 도움될 것”
최저임금 계산 방식이 바뀐다. 앞으로는 기본급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합해 최저임금을 산정하게 된다. 저임금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각 최저임금의 25%, 7%를 넘는 부분만 계산대에 올리기로 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파장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지만 우려가 적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 반감 우려가 첫손에 꼽힌다. 기업이 정기상여금 지급 주기를 월 단위로 바꾸는 식의 ‘꼼수’를 쓸 가능성도 높아졌다. 중소기업 현황을 감안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25일 전체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월 단위로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일부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당해연도 최저임금의 25%를 넘는 정기상여금, 7%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했다. 지난해 말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권고안에 비율을 추가한 것이다. 최저임금 TF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항목의 하나인 숙식비 일체를 산입범위에 넣어야 한다고 권고했었다.
개정안을 월 기준으로 157만원 수준인 올해 최저임금에 대입하면 정기상여금은 39만원, 복리후생비는 11만원 정도가 기준선이다. 추가 조정 없이 개정안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매월 기본급 157만원과 정기상여금 50만원, 복리후생비 20만원을 받는 근로자 A씨의 최저임금이 적용된 월 임금 수준은 177만원이 된다.
일정 비율 이상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키로 한 것은 저임금 근로자를 위해서다. 환노위는 연소득 2500만원 미만인 저임금 근로자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정부도 국회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년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론을 내기는 했지만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산입범위가 조정되면서 최저임금을 올려봤자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향상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씨의 사례를 보면 법이 바뀐 것만으로도 월 임금 수준이 20만원 오르게 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월 177만원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다면 A씨의 소득은 올해와 달라질 게 없다.
기업의 ‘편법 쓰기’도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반기나 분기, 연간 단위로 주던 정기상여금을 월 단위로 바꾸는 게 대표적이다. 환노위는 노조의 동의가 없어도 의견 청취 과정만 거치면 정기상여금 지급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특례조항을 달았다. 월 임금 157만원과 분기별로 정기상여금 150만원을 받는 B씨 사례를 가정해 보자. B씨의 회사가 정기상여금을 매월 50만원 주는 방식으로 변경하면 기본급에 11만원이 더해져 168만원이 월 임금으로 책정된다. 이 회사는 최저임금이 168만원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 한 B씨의 임금을 동결할 수 있다.
일부에선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산입범위에 포함해도 문제없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크게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 등의 경우 정기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가 거의 없어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최저임금의 입법 취지를 봤을 때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중소기업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미세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최저임금에 상여금·복리후생비 포함… 인상 파장 줄이기
입력 2018-05-25 20:10 수정 2018-05-25 2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