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그래도 대화의 불씨는 살려가야 한다

입력 2018-05-26 05: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세기의 비핵화 담판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서다. 특히 북한이 비핵화 선제 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직후 발표돼 충격파는 더욱 컸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돌발 행동에 한반도 평화를 염원해온 우리로선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비핵화 협상은 물론이고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표면적으론 북한의 최근 발언을 문제삼았다. 합의 불발 땐 리비아 모델 가능성을 거론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맹비난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다. 싱가포르 실무접촉 불참과 핵실험장 폐기 때 전문가 초청 약속 불이행 등 신의 위반도 한몫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볼 때 북한으로부터 구체적 조치를 끌어내지 못하면 정치적 부담이 커 회담을 안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음 직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지 못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미국은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이다. 북한도 도발 재개에 나설 수 있다.

그래도 북·미 정상회담은 반드시 개최돼 비핵화의 입구를 열어야 한다. 양측 모두 대화의 불씨는 살려놓고 있는 점이 희망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된 정상회담이 열리거나 나중 어떤 시점에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회담 재고려 발언의 당사자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갈 용의가 있다고 몸을 낮췄다. 시종일관 예의를 갖춤으로써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새로운 모멘텀을 찾는다면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결단이 중요하다. 거친 언행을 통한 벼랑 끝 전술을 거둠으로써 미국의 체면을 살려준다면 대화의 끈을 다시 연결할 수 있다. 밝고 아름다운 미래는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할 때만 가능하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진리를 깨닫기 바란다. 미국도 군사 옵션 거론 등 협박성 발언을 삼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직접 통화에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부의 균형 잡힌 중재 외교가 절실하다. 가용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야 한다. 핫라인을 통한 남북 정상 간 직접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위원장에게 다시 한번 핵 포기를 촉구해야 한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행태로는 미국과 소통할 수 없다. 미국과의 공조를 공고히 하면서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최대의 압박에 앞장서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