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신에 공개된 미국의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이 찍은 사진 하나가 잊히지 않는다. 북태평양 하와이 근처의 미드웨이섬에서 발견된 대형 조류 앨버트로스의 뱃속에 일회용 라이터, 병뚜껑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 차 있는 사진이었다. 대륙과 3000㎞ 이상 떨어져 한때 새들의 낙원이라고 불리던 미드웨이섬도 이제 더 이상 해양쓰레기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다.
해양쓰레기 문제는 미드웨이섬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휴양지 중 하나인 필리핀 보라카이섬은 환경 정화를 위해 지난 4월부터 6개월 동안 일시 폐쇄를 결정했고,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발리도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경우에도 지난 4월 국내 연안에 살던 바다거북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많은 양의 쓰레기가 뱃속에서 나오는 등 전 지구적으로 해양쓰레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무분별하게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선박 추진기관에 부유 쓰레기가 걸려 선박 운항에 지장을 주고, 해양생태계 오염, 수산자원의 감소뿐만 아니라 바다 경관을 훼손해 관광산업도 위축시킨다. 특히 해양쓰레기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은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는데, 이를 섭취하는 해양생물의 피해는 물론 궁극적으로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8만t의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에서는 최선을 다해 해양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신속하게 수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육지의 4배에 이르는 바다 면적과 1만5000㎞에 이르는 해안선 등을 고려하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기가 어렵다. 해양쓰레기는 바다로 한 번 흘러가면 빠르게 확산되고, 수거가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양쓰레기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바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실천이 간절히 요구된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제23회 바다의 날을 맞이해 28일부터 6월 5일까지 ‘해양쓰레기 일제 정화주간’을 운영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범국민적인 해양쓰레기 정화활동을 실시해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고, 해양환경 개선 활동에 동참하는 좋은 계기로 삼고자 한다. 아울러 이번 정화주간 운영에 맞춰 쓰레기 없는 깨끗한 바다를 만들기 위한 ‘해양쓰레기 되가져오기’ 범국민 캠페인도 전개할 예정이다. 정화주간 이후 매월 셋째 금요일을 ‘연안 정화의 날’로 정하고 해양 정화활동을 정례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며 꿈과 희망의 공간이다. 바다가 건강하지 않는다면 우리 인류의 미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가는 물줄기가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뜻의 ‘세류성해(細流成海)’라는 말처럼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일 때 생명력이 넘치는 바다, 풍요롭고 깨끗한 바다를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바다를 지키기 위한 우리 모두의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
[기고-강준석] 쓰레기 없는 깨끗한 바다
입력 2018-05-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