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은혜로 반세기 넘게 병원선교 헌신”

입력 2018-05-28 00:00
황찬규 목사가 최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병원선교의 산증인’ 황찬규(81) 목사가 다음 달 9일 세계병원선교회 극동아세아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세계병원선교회는 1936년 창립된 국제 병원선교 단체로 후임은 신인철(53) 침례신학대 교수다.

황 목사는 1972년부터 세계병원선교회 극동아세아 총무, 2006년부터는 대표를 맡아 46년간 세계병원선교회를 섬겨왔다. 앞서 67년엔 한국병원선교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과 3대 회장을 지냈다. 이후 명예회장으로서 50여년간 병원에서 전도하고 기도하며 제자훈련을 하고 있다. 원목실 개설, 신우회 조직, 사역자 파송 등의 사역도 해왔다.

최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누가복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에서 ‘강도’ 대신 ‘질병’을 넣어 부족하지만 아픈 사람의 이웃이 되고자 평생 애써 왔다”며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신앙생활을 했지만 한때 방탕한 삶을 살았다. 국립의료원 생화학실 조수로 일할 때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 건국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고 정치자금을 마련하겠다며 지인의 도움으로 나이트클럽을 운영했다. 나이트클럽 대표의 삶은 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왔다. 방광암이라고 했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4년여의 투병생활을 하며 “살려만 주시면 이 병원 환자와 의료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겠다”고 기도했다. 간절히 기도하면서 완치됐다.

약속대로 전도에 나섰다. “하나님이 암을 완전히 고쳐주셨다”고 간증했다. 의료인 환자 등 400여명이 당시 예수를 믿었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병원선교를 하고 싶었다. 67년 5월 27일 국립의료원 강당에 의료계, 교계 인사 150여명을 불러 모아 한국병원선교회를 창립했다. 한국을 대표해 세계병원선교회 국제대회에 참석했고 72년 극동아세아 총무가 됐다.

환자들은 평신도였던 그를 ‘목사’라고 불렀다. 그래서 서울신대와 장신대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환자를 위한 그의 헌신은 유별났다. 서울신대를 다닐 때 수혈할 혈액이 없다고 병원에서 연락 오면 즉시 달려가 헌혈했다. 프랜시스 그림 당시 세계병원선교회장은 250㏄ 오토바이를 사줬다. 한 달에 서너 번씩 수업 중에 뛰쳐나가자 학교에선 정학을 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나는 신학교에 공부하러 온 게 아니고 병원선교 하러 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징계는 없었다.

76년 한국원목협회장을 지냈다. 99년 한국병원선교회 명예회장이 된 후 그는 일산 국립암센터와 남양주 충령복음병원 및 노인병원에서 원목으로 사역하고 있다. 황 목사는 “그림 전 회장, 한국병원선교회 신상철 회장과 방규오 총무, 신 신임 대표에게 감사 인사를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세계병원선교회 극동아세아 대표 이·취임식은 경기도 광주 한국병원선교회 회관에서 진행된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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