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도 폭파·입구 폐쇄 후 지상시설 철거 순으로 진행
“2008년 냉각탑 폭파 때처럼 극적이지는 않을 것” 평가
입구 뿐 아니라 통로 전체 폭파… 콘크리트 타설 여부도 주목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갱도 폭파, 입구 폐쇄, 주변 관측설비와 연구소 시설 철거 순으로 진행된다. 이후 경비인력 및 연구사들이 철수하고 핵실험장 주변을 완전 폐쇄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4개 갱도가 있다. 이 중 아직 핵실험을 하지 않은 3, 4번 갱도를 얼마나 완벽하게 폭파시켰는지가 핵심이다. 3번 갱도는 2012년 3월 굴착이 완료됐고, 4번 갱도는 한때 굴착이 중단됐다가 지난해 10월 재개 움직임이 포착됐다. 1번 갱도는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때 방사능에 오염돼 이미 폐쇄된 상태다. 나머지 2∼6차 핵실험은 2번 갱도에서 이뤄졌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에서 “핵실험장의 모든 갱도를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5개국 취재단은 3번 갱도 위쪽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갱도 폭파를 지켜봤을 것으로 보인다. 갱도 입구와 안쪽에 고성능 폭약을 설치한 뒤 기폭시키는 방식이다. 단 취재단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 때처럼 극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4일 “영변 냉각탑은 덩치가 큰 건물이 순식간에 내려앉으면서 회색 연기가 크게 일었지만 갱도는 안쪽에서 터지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큰 효과는 없다”며 “눈에 보이는 건 폭파로 인한 불꽃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안 그래도 여러 차례 핵실험으로 주변 지대가 많이 바스라진 상태라 북한은 덜 극적이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고려했을 것”이라며 “행사 자체는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시내에서 42㎞ 떨어진 만탑산 계곡에 위치해 있다.
갱도 입구뿐 아니라 통로 전체를 폭파시켰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문주현 동국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갱도 안쪽 통로가 굉장히 길고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입구만 폭파시키면 언제든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며 “갱도 안쪽에서부터 폭약을 설치해 다 무너뜨려야 완벽하게 못 쓰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갱도 입구만 막을 경우 마음만 먹으면 다시 걷어내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도 “갱도 폭파 후 석관을 씌우듯 콘크리트로 완전히 메워야 하는데 북한이 거기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면서 “그 정도 하려면 갱도 주변에 래미콘 차량 수십대가 있어야 하지만 최근 위성사진 등에서 식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조사·검증할 전문가들이 참관에 배제됐기 때문에 갱도를 제대로 폐쇄했는지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 교수는 “폭파가 지하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취재단이 촬영한 영상과 사진만으로 갱도 깊숙한 곳까지 전부 폭파됐는지 사후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핵실험 미사용 3·4번 갱도 완폭이 핵심 포인트
입력 2018-05-24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