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의지와 국내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모두 후퇴했다. ‘5월 금리 인상 소수의견 등장, 7월 인상 감행’이란 시나리오는 폐기됐다. 8월 이후에야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0.25% 포인트를 올린 뒤로 반년 넘게 동결 기조다. 금통위원 만장일치 동결이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간담회에서 “경기 흐름은 4월 전망(올해 3% 성장률, 내년 2.9%)을 수정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월별 기복은 있으나 소비와 수출이 대체로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겉보기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3% 성장 경로 유지’ 발언과 같다. 하지만 이 총재의 방점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찍혀 있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기준금리 인상 기정사실화와 이에 따른 일부 신흥국의 자본유출 확대를 우려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통위도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고용여건 개선 지연’을 꼽았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 급등도 불확실성의 하나로 추가했다.
문제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다. 연준은 다음 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금리 차이는 50bp(1bp=0.01% 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당장 한국 금융시장에서 자본유출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마냥 이 상태를 방치하기도 어렵다.
경제 기초체력이 나쁜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터키 등에선 달러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 자본유출 확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나라의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급하게 인상해야 했다.
연준은 현재 ‘퐁당퐁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 번 기준금리를 올리고 석 달 이상 관망한 뒤 문제가 없으면 추가로 인상하는 ‘신중한 발걸음’이다. 이날 새벽에 공개된 지난달 FOMC 의사록을 보면 장단기 금리차 축소에 따른 ‘국채 수익률 곡선 평탄화’를 우려하는 연준 위원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국채 수익률 곡선은 연준이 경기 진단용으로 애용하는 지표다. 연준 위원들의 지적을 감안하면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는 4회가 아닌 3회로 조절될 수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연준의 6월 기준금리 인상은 확실하다”면서 “한은이 너무 시차를 벌리지 않는 8월쯤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대내외 경기 불확실”… 자신감 잃은 한은, 금리 또 동결
입력 2018-05-24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