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향하는 노조와해 수사… 삼성 ‘QR팀’ 공작 주도 정황

입력 2018-05-25 05:03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공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모회사인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노조 신속 대응팀 일명 ‘QR(Quick Response)팀’을 만들어 자회사의 노조 관련 공작을 주도한 정황을 포착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24일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노조활동 방해 혐의로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한 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소송비 대납 문제로 압수수색을 당한 후 석 달 만에 다시 검찰 수사관들을 맞아야 했다.

경영지원실은 재무·인사를 총괄하는 삼성전자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시작된 수사가 삼성전자 및 핵심 경영진까지 도달했다는 뜻이다.

검찰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출범하자 경영지원실이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각 부서에서 인원을 차출해 QR팀을 꾸린 뒤 삼성전자서비스로 내려보낸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이런 행위가 ‘전향’(일종의 파견)이라고 통칭됐다.

검찰은 노조 파괴 공작으로 유명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출신 노무사 박모씨가 QR팀에 포함돼 노조 와해 작업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최근 구속된 삼성전자서비스 최모 전무 역시 QR팀과 한 몸처럼 움직이며 현장 실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이들은 관련 노조 동향 등을 사측에 주기적으로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QR팀이 누구의 지시를 받고 누구에게 보고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관계자 및 그룹 경영진에 대한 소환 조사도 곧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