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풀러신학교… 메인 캠퍼스도 판다

입력 2018-05-25 00:01
풀러신학교 메인 캠퍼스인 패서디나 캠퍼스에 있는 페이튼홀 전경. 풀러신학교는 최근 재정 위기 끝에 이 캠퍼스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풀러신학교 페이스북 캡처

미국 최대 규모의 복음주의 초교파 신학교인 풀러신학교(Fuller Theological Seminary)가 재정위기 끝에 메인 캠퍼스를 매각키로 했다. 매년 입학생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채무가 급증한 데 따른 긴급조치라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풀러신학교 마크 래버튼(Mark Labberton) 총장은 지난 22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풀러의 미래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서신에서 “격변하는 교육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본교인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캠퍼스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패서디나 캠퍼스는 1947년 이 학교가 세워지면서부터 71년간 수많은 목회자를 배출해 온 신학의 전당이었다.

메인 캠퍼스 매각은 온라인 수강생 급증과 오프라인 등록생 감소 등 교육환경이 급변하면서 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래버튼 총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신학생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혼란의 소용돌이가 이어져 고통스러운 예산 삭감과 긴축경영을 도모했다”면서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변화에 충분히 대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 구성원과 학생 등은 신학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변화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이번 결정이 수개월 전부터 논의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캠퍼스는 패서디나에서 동쪽으로 43.5㎞ 정도 떨어진 포모나에 마련하기로 결정됐다. 래버튼 총장은 “학교인가 유지 및 통학거리 등 12가지 이상의 기준을 엄격히 고려했다”며 “패서디나 캠퍼스를 매각하면 모든 채무가 사라지고 기부금이 늘어날 것이며 교수와 교직원, 학생의 생활비 또한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메인 캠퍼스 매각을 부정적으로 봐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신학과 심리학, 선교학 연구에 대한 우리의 헌신은 변함없을 것”이라면서 “새 캠퍼스에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더 깊은 성경적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포모나 캠퍼스는 학교 설립 75주년인 2021년 여름부터 문을 열 예정이다.

풀러신학교는 수년 전부터 신학생 감소와 재정 위기설에 휩싸였다. 2016년에는 한국어 과정을 축소하면서 기존 2개 과정에서 총 6명의 직원과 교수를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엔 겨울학기 등록자가 급감했다는 이유로 미국 내 8곳의 캠퍼스 중 워싱턴주 시애틀과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Menlo Park), 오렌지카운티(Orange County)의 지역 캠퍼스를 폐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풀러신학교는 1947년 저명한 라디오 복음전도자인 찰스 풀러(Charles E Fuller)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목회자 헤럴드 오켄가(Harold John Ockenga)에 의해 설립됐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