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중은행들이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이유로 채용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비리와 관련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모범규준을 신속히 마련하지 않은 은행연합회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개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과 하나은행 등은 신규인력 채용공고를 내지 않았다. 이들은 은행연합회가 주관하는 채용절차 모범규준이 마련되면 일정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모범규준은 업계에 만연한 채용비리를 없애기 위해 연합회와 은행권이 공동으로 구축하는 ‘인사 매뉴얼’로 일종의 자율 규제다. 최근 연합회는 금융당국에 관련 초안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기존에 없던 필기시험이 포함됐다. 서류심사는 외부기관이나 전문가에 맡길 수 있다. 부정합격자는 떨어뜨리고 남은 자리를 예비합격 1순위로 채우는 ‘풀’ 방식도 운영된다. 다만 모범규준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내부사정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연합회는 내달 말 모범규준 최종안을 확정한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모범기준을 고려해서 채용계획을 세울지 검토 중“이라며 “상반기 공채도 할지 안 할지 여부를 곧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채용비리를 저지른 은행들이 몸을 사리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가뜩이나 신뢰가 떨어진 마당에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도 전에 채용을 진행하는 건 기업 이미지에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아무래도 불안전한 리스크를 해소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라며 “안전하게 생각한다면 6월 중 모범규준이 확정되니 그 이후 채용을 하자는 심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도 “(모범규준으로) 인사가 미뤄지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대형은행들에 비해 지방은행은 영향력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모범규준이 완성된 후 채용을 하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모범규준 확정시기가 너무 늦다는 지적도 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합회가 모범규준을 너무 늦게 내놨다. 이와 관련해 김태영 회장 리더십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며 “연합회가 머뭇거리지만 않았어도 정부 눈치를 볼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금종 쿠키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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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절차 모법답안 내놔라”
입력 2018-05-27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