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예방접종 역사가 어느덧 130년을 넘겼다. 국내에 도입된 최초 백신은 감염률과 치사율이 매우 높은 천연두(마마) 백신이었다. 천연두를 예방하기 위해 고종 19년인 1882년 지석영 선생은 ‘두창(천연두)’ 백신을 접종하는 ‘종두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우리나라 근대 예방 접종 제도의 시초인 셈이다. 1954년 전염병 예방법시행으로 예방 백신 도입이 확대되면서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백신은 결핵, 인플루엔자(독감), 폐렴구균, 대상포진 등 총 21가지 질병을 예방하는 23종에 달한다.
이 중 국가가 접종비를 모두 지원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National Immunization Program)에 포함된 백신이 있고, 아직 포함되지 않은 예방접종 백신이 있다. 현재 정부는 19종의 백신을 NIP에 포함해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한다. 하지만 국민 연령 별로 NIP가 균형 있게 지원되고 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NIP 포함 백신의 90%는 영유아와 어린이에 편중돼 있다. 19종의 백신 중 인플루엔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 2종만이 65세 이상 노인들 대상이다.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 복지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여타 복지 정책과는 엇갈리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 질환 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경제 활동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의 의료비 부담과 인생 황혼기를 망치는 질환 합병증, 이로 인한 삶의 질 저하 때문이다. 대상포진의 경우 50세 이상부터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대상포진으로 인한 요양급여비용이 2017년 한 해 약 851억원에 달했다. 대상포진은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칼로 베는 듯한 통증과 수년까지 지속될 수 있는 합병증으로 삶의 질이 저하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표적인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산통, 수술 후 통증보다 더 심한 통증이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입원하는 환자도 많은데, 연령이 높을수록 입원 기간은 길어지고 의료비는 높아진다.
다행히 대상포진 백신이 개발돼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대상포진 백신은 총 2종류다. 이 중 예방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이 입증된 것으로 평가받는 수입산 대상포진 백신은 10여년 전 개발돼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접종되고 있다. 예방효과는 50대 이상에서 1회 접종으로 약 70∼51% 정도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감염학회는 질병 부담 완화를 위해 60세 이상에서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포진은 백신은 NIP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접종을 하려면 1회 15∼20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노후 걱정이 앞서는 50대 이상에게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한정된 예산을 굴려야 하는 정부의 고민도 크겠지만 최근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면 1인당 약 70만원, 총 약 4조6171억원의 사회적 비용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쓰는 돈보다 얻는 이익이 크니 요즘 말로 ‘가성비가 좋은’ 셈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방자치단체 여러 후보들이 대상포진 백신 접종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고, 한 정당은 당 공약집에 이러한 내용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미 지자체 예산으로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는 곳도 여럿이다. 소외된 노인 계층을 배려한 복지 정책이 보다 활발히 논의되고 시행되길 바란다.
쿠키뉴스 송병기 songbk@kukinews.com
[기자수첩] 노인계층 울리는 국가 예방접종 지원
입력 2018-05-27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