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발 개헌이 예상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는 헌법에 규정된 의결 시한인 24일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쳤으나 재적 288명 가운데 114명만 참여, 의결에 필요한 재적 3분의 2를 채우지 못해 투표 불성립 처리했다. 국회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투표 불성립으로 개헌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오점을 또 하나 추가했다.
대통령 개헌안의 운명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권에 우호적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마저 개헌안 철회를 요구해오던 터여서 애초부터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전무했다. 그럼에도 밀어붙인 청와대나 대통령의 정당한 헌법상 권한 행사를 정략적 판단에 따라 심의 한 번 하지 않고 뭉개버린 야당이나 무책임하기는 매한가지다.
개헌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제거하고 시대 변화에 맞게 기본권을 강화하라는 요구다. 지난해 대선 때 문 대통령뿐 아니라 야당 후보들도 너나없이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공약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을 탓하기 전에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부터 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대통령 개헌안 처리 불발로 개헌 동력은 상당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87년 체제’의 근본적 변혁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없어지지 않는 한 개헌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다. 야당도 대통령 개헌안을 반대한 거지 개헌 자체를 반대한 건 아니다. 헌법은 모든 사회 구성원의 합의물이다. 이번처럼 어떤 특정 세력이 개헌 논의를 독점하면 그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한다. 개헌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여야가 조속히 시간표를 마련해 개헌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이 시급하다. 늦어질수록 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진정성이 의심받는다. 개헌은 모든 국민을 위한 일이다.
[사설] 이제 정치권이 개헌의 진정성 보여줄 차례
입력 2018-05-2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