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베첼리오 티치아노가 산토 스피리토 성당 천장화로 그린 3부작인 ‘이삭의 제물’ ‘가인과 아벨’ ‘다윗과 골리앗’ 중 하나다. 고전적 균형미보다 주관적인 감정 표현을 잘 담은 걸작이다.
아담과 이브에겐 두 아들이 있었다. 가인은 농부였고 아벨은 목동이었다. 두 형제는 각자 하나님께 예물을 드렸는데 아벨의 예물 양은 받으시고 가인의 예물 농산물은 받지 않으셨다. 질투심이 생긴 가인은 아벨을 죽였다. 아벨에 대한 가인의 분노와 그에 대한 하나님의 분노가 뒤틀린 나선형 구도와 제단에서 피어오른 검은 구름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왜 하나님은 가인의 제사를 받지 않으셨을까. 하나님은 채식보다 육식을 좋아하시는가. 그러나 성경을 보면 제물의 종류가 문제는 아닌 것 같다.(사 11:4) 아벨은 믿음으로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으나(히 11:4), 가인은 죄를 일삼는 생활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선을 행하지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창 4:7)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 죄를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되며, 선을 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어둠을 피하기만 해서는 어둠을 물리치지 못한다. 빛이 들어와야 어둠이 물러간다.
우리는 늘 죄의 유혹을 받는다. 죄를 다스리지 못하고 죄의 노예가 되면 우리가 아무리 좋은 예물을 드리고 열심히 헌신해도 가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늘 “내가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 “마음이 약하여 실족하기 쉬운 자들을 내가 돌보아야 합니까”라며 선을 행하기를 게을리한다. 선을 행하지 않는 것, 그것이 죄를 불러온다. 내가 지금 여기서 행할 선이 무엇일까.
“세월이 지난 후에 가인은 땅의 소산으로 제물을 삼아 여호와께 드렸고,
아벨은 자기도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으로 드렸더니
여호와께서 아벨과 그의 제물은 받으셨으나,
가인과 그의 제물은 받지 아니하신지라…
들에 있을 때에 가인이 그의 아우 아벨을 쳐 죽이니라.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그가 이르되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창세기 4:3∼9)
# 티치아노(Vecellio Tiziano, 영어명 Titian, 1490∼1576)=르네상스시대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파의 거장으로 초상화 종교화 신화화에 모두 능통했다. 황제와 교황의 공식화가로 활약했다. 그는 조반니 벨리니의 공방에서 그림을 배우고 곧 베니스를 넘어 전 유럽에 명성을 떨쳤다. 그는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직접 화면 위에서 그림을 완성할 만큼 그림에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후대 화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줬다.
전창림<홍익대 바이오 화학공학과 교수>
[전창림의 명화로 여는 성경 묵상] 빛이 들어와야 어둠이 물러간다
입력 2018-05-2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