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문제가 모든 이슈 잡아먹는 블랙홀 역할, 野 낮은 지지율·드루킹 국민 관심도를 떨어뜨려
野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이뤄지면 적잖은 파급력,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결과는 누구도 장담 못해
24일로 6·13 지방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지방선거 열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정치학 교수들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방선거가 사라진 4대 요인으로 한반도 비핵화 이슈, 침체 상태에 빠진 야권, 드루킹 사건, 여야의 감동 없는 공천을 꼽았다. 지금은 여당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지만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지방선거가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기획실장은 23일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쟁 얘기가 나왔던 한반도 상황이 급격히 바뀌다 보니 국민의 관심이 지방선거에서 멀어지고 비핵화 이슈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 2014년 지방선거에선 세월호 참사 등 민생과 국민안전 이슈가 부각됐었다”며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민생 이슈는 사라지고 비핵화 문제만 부각되면서 지방선거 흥행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부진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에서 경쟁이 치열해야 유권자도 ‘내 표가 의미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텐데 야당의 지지율이 너무 낮다보니 자연스레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종찬 본부장도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싱거운 승부가 예상되니 국민들이 지방선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제 역할을 못 하니 야권의 전가보도인 정권 심판 프레임도 힘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드루킹 사건이 쟁점화되면서 지방선거의 관심을 더욱 떨어뜨린다는 설명도 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드루킹 사건 등 중앙정치에서 대중의 관심을 끄는 사건들이 발생하다보니 지방선거에 대한 주목도가 낮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국민들 입장에서는 드루킹 사건이 지방선거보다 훨씬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모두 감동과 신선함을 주는 공천을 하지 못한 점도 거론됐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자유한국당은 인물난 속에 ‘올드보이’들만 전면에 내세웠고 더불어민주당도 경선 과정에서 고소·고발이 난무했다”고 설명했다.
낮은 주목도가 지방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박원호 교수는 “과거에는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 세력에 유리하다’는 것이 통설이었지만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내가 투표하니 세상이 바뀌더라’고 느끼는 청장년층이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도 투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배종찬 본부장은 “이번 선거에도 숨 죽이고 있는 샤이 보수(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보수 성향 유권자층)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실제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은 “드루킹 사건은 여의도 정치권의 관심사지 국민들의 관심사는 아니다”며 “다만 야당 입장에서 보수 지지층 결집용으로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빠진 선거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변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다. 특히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그 파급력은 다른 지방의 선거에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경기도 부산 경남 등의 후보 단일화에 물꼬를 터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정당 차원에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추진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후보들끼리 단일화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하윤해 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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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드루킹·野부진·공천잡음에 가려… 지방선거가 안 보인다
입력 2018-05-2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