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지호일] ‘강원랜드 수사’ 누가 흔드나

입력 2018-05-23 20:06 수정 2018-05-23 23:02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가 산으로 가고 있다. 종착지에 가까워졌는데 수사를 둘러싼 잡음은 커져간다.

검찰총장을 공개적으로 치받으면서까지 현직 검사장 2명을 기소하려던 시도는 전문자문단의 심의를 넘지 못했다.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구속영장은 ‘방탄 국회’에 막혀 버렸다. 사건의 도화선이 된 안미현 검사의 수사 외압 폭로는 여전히 범죄사실로 엮이지 못한 채 검찰과 정치권 주변을 맴도는 상황이다.

강원랜드 수사단은 몇 차례 무리수를 뒀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 개입을 문제 삼았지만 자문단으로 위촉된 외부 법률가 7명은 문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만장일치로 검사장들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법리적으로 어렵다고 결론 냈다. 자문단도 납득시키지 못할 정도의 결과물을 들고 내부 분란을 불사했다는 얘기가 된다.

수사단이 시민단체 추가 고발장을 대리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애초 3명이던 피고발인은 검사 손을 거쳐 7명으로 늘었다. 전직 검찰총장과 고검장, 법무부·대검 관계자를 고발 대상에 넣자고 검사가 권했다고 한다. 수사단은 고발 취지에 따라 편의를 봐준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검찰 구성원들조차 고발장을 압수수색의 근거로 활용하려 했을 거라는 분석에 무게를 둔다. 고발장에 이름이 적히면 수사단이 자체 인지 절차를 거치는 것보다 강제수사 돌입이 수월하다. 실제 고발장 대필 이틀 뒤부터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수사 주체인 검사가 고발장에 손을 대는 건 위험하다. 그 순간 공정성에 불신이 싹트고 수사 방향과 의도가 의심받는다. 수사단도 몰랐을 리 없다. 그러니 미리 그려놓은 그림에 맞춰 수사를 전개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역시 수사단이 감당해야 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3일 “해방 이후 검찰이 이렇게까지 타락한 적이 있었는지 안타깝다”고 가세했다.

베테랑들이 모인 수사단은 왜 그랬을까. 성과에 대한 부담감, 공명심이 수사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하게 한 것일까. 한 검찰 간부는 “수사를 할 때는 퇴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잘못 찔렀다 싶으면 바로 후퇴를 해야지, 될 때까지 찌르다 보면 탈이 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양부남 수사단장은 지난 2월 수사단으로 첫 출근하면서 “사즉생의 각오”라고 밝혔다. 그 각오가 너무 무거워서 도리어 수사를 흔드는 조바심과 욕심을 만들어 낸 건 아닐지.

지호일 사회부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