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 개헌안 표결 왜 밀어붙이나

입력 2018-05-24 05:00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의 의결 시한(24일) 내 본회의 표결을 요구하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제출한 개헌안을 국회는 반드시 처리해야 하고, 시한은 내일”이라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드루킹 특검법안’과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여야 협상 타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정부 개헌안 본회의 표결을 주장했다.

하지만 개헌은 지난달 23일 국민투표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논의가 끝났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24일 국무회의 등을 통해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국민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민주당이 갑자기 개헌안 국회 표결을 주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정치권의 지적이 많다. 민주당은 표결을 밀어붙이는 이유로 헌법 절차를 들고 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개헌안 공고 60일 이내 국회 의결은 헌법에 명기된 강제조항이자 의무조항”이라며 “국회가 법을 안 지키면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개헌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대통령의 면’을 세워주기 위함이라는 설명도 있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직접 발의했고, 국회 표결 절차가 헌법에 명기돼 있는데도 이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자칫 여당이 대통령의 개헌 의지를 무시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6월 개헌은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진행한 일이고, 대선 공약”이라며 “여당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핵심 의원도 “대통령은 자기 직분에 맞는 일을 법이 정한 대로 했는데, 국회가 책임을 지지 않았다. 개헌안 표결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6월 개헌 무산에 대한 책임이 야당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려는 측면도 있다. 국민투표법 개정 불발에 국회의 개헌안 부결로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6월 개헌이 무산된 것은 전적으로 야당 책임이라는 것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개헌안이 부결된다면 그 책임은 당연히 야당이 져야 한다”며 “만약 야당이 24일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야당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개헌안이 24일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더라도 부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개헌안 의결 정족수는 재적(288명) 의원 3분의 2(192명) 찬성인데, 113석인 자유한국당은 이미 개헌 저지선을 확보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에게 개헌안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 문제를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 국회의 몫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자진철회 요청을 거부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표결이 가능할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신재희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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