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유통업자 A씨는 최근 사업을 키우려고 은행 대출을 알아봤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담보로 내놓을 부동산(不動産)이 없는 데다 A씨가 취급하는 기성품 의류는 은행에서 담보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A씨 같은 중소기업 사업자가 기계·설비, 매출채권, 완제품 등 ‘동산(動産)’을 담보로 제공하고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23일 밝혔다. 변변한 부동산이 없는 창업기업이나 영세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5인 이상 중소기업 가운데 40%가 ‘담보 부족 기업’으로 분류된다.
동산담보대출은 2012년 8월 은행권에 도입됐다. 2013년 대출액이 5793억원까지 늘었지만 이후 계속 줄어 올해 3월 기준으로 2051억원에 그친다. 동산은 담보물의 정확한 가치를 파악하기 쉽지 않고, 토지·건물과 달리 관리가 어려워 은행에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은행이 담보로 잡은 철강·아연의 무단 반출을 막으려고 사설 경비원을 고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은행들은 제조업체의 기계·설비, 원재료 등으로 담보를 한정하고 담보인정비율도 40%만 인정하는 식으로 동산담보대출을 제한적으로 운용해 왔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은행권 공동으로 동산담보와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 감정평가 부담을 낮춘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담보가 이동·훼손될 경우 은행에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도 갖춘다. 관리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기업이 동산담보대출을 이용할 때 정책금융에서도 지원해 금리 혜택 등을 준다.
제도 개선으로 그동안 제조업에 한정됐던 동산담보대출은 모든 기업에 허용된다. 드라마제작사도 방송 장비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의류유통업자는 완성된 옷을 담보로 잡고 신상품 구매를 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동산담보대출 시장을 2022년 말까지 6조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담보인정비율도 획일적으로 40%로 정하던 것에서 벗어나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은행이 자체적으로 비율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중소기업 동산 담보 대출 활성화 2022년 말까지 6조 규모로 확대
입력 2018-05-23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