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5>] “고된 치료과정 겪으며 신앙 회복한 것 감사”

입력 2018-05-24 00:00
장지영씨가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의 반지하 주택에서 아들 채승엽군을 안은 채 함께 기도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채군이 2011년 병원에서 다리 근력 강화 치료를 받는 모습. 밀알복지재단 제공
“우리 승엽이 잘하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방안에서 씩씩하게 걷는 아들의 모습이 감격스러운지 엄마는 연신 눈물을 닦아 냈다. 아들은 그런 엄마를 지그시 바라보며 미소를 건넸다. ‘이제 걱정하지 말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만난 채승엽(8·뇌병변, 언어장애 1급)군은 태중에 있을 때 이상 징후 한 번 없이 건강하게 출생한 아이였다. 평안했던 가정에 풍파가 찾아온 건 생후 6개월을 지나던 어느 날이었다.

“수유를 하고 있는데 승엽이가 갑자기 경기를 일으키며 팔다리로 제 몸을 꽉 붙들더라고요. 눈동자는 흰자위만 보이고 숨이 거칠어지는데 이렇게 하다 숨이 끊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원인을 찾지도 못한 채 하루 100번 넘게 발작하던 승엽이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이미 전두엽과 측두엽 손상이 심해 평생 누운 채 살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엄마 장지영(46)씨는 포기할 수 없었다. 결혼과 함께 삶의 터전이 됐던 부산을 떠나 각종 검사와 치료를 위해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양·한방, 약물치료 등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승엽이를 둘러메고 찾아 나섰다.

아들의 그림자가 되어 매일 24시간을 동행한 지 6개월째 되던 날. 승엽이는 엄마에게 잊지 못할 돌 선물을 줬다. 장씨는 “지금도 승엽이가 뒤뚱거리며 처음 서던 모습이 생생하다. 기적이 눈앞에 펼쳐지던 날이었다”고 회상했다. 모자의 하루는 치료 준비와 재활치료, 가정에서의 반복 치료로 채워졌다. 집중 치료 덕분에 아들의 다리는 날로 힘이 더해졌지만 엄마의 다리는 조금씩 주저앉았다.

“발작이 심했을 때 뇌를 다치면서 자폐 증상이 나타났는지 도로 위 차를 보고 뛰어들 때도 있고 괴성을 지르기도 했어요. 큰 사고를 당할 뻔하기도 했죠. 결국 승엽이 다섯 살 때까지 아기 띠로 안고 집 밖을 나서야 했고 그사이 디스크가 제 몸을 고장 내고 말았죠.”

수술과 집중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엄마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 자기 몸이 쉬어야 할 시간을 유예하고 있었다. 승엽이의 인지능력은 보통 아이의 12개월, 언어능력은 24개월 수준이다. 엄지와 검지는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지만 나머지 손가락은 제대로 힘을 주기 어렵다.

장씨는 “승엽이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펜을 쥐여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며 “다섯 손가락 모두 힘을 주고 펜을 쥘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손가락 두 개에 잔뜩 힘을 쥔 채 그린 동물 그림들을 용케도 다 알아 맞혔다. 엄마가 그림을 맞힐 때마다 승엽이는 활짝 웃었다.

승엽이네 식구는 장애수당 포함 월 90여만원으로 살아간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바우처를 활용하고도 승엽이 치료로만 40만원이 넘게 나간다. 과거 입원치료와 각종 시술을 받느라 대출받은 돈의 이자까지 갚아야 한다. 6년 전 이혼을 겪으면서 장씨에게 살림과 양육은 더 고된 일이 됐다. 하지만 장씨는 “승엽이 덕분에 ‘진정한 감사’를 알게 됐고 그게 살아가는 힘”이라고 했다.

“승엽이를 치료하면서 30년 만에 신앙을 회복하게 됐어요. 아들과 함께해 온 기적 같은 순간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겁니다. 요즘엔 교회 다녀오는 길에 승엽이가 ‘예수 예수’ 하며 혼잣말을 해요. 그럴 때마다 하나님이 주실 또 다른 기적을 기대합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4회차 성금 보내주신 분(2018년 4월 24일∼2018년 5월 21일/ 단위: 원)

△정숙화 성후후 30만 △조동환 김전곤 차영자 박하람 이소영 김병윤(하란산업) 백선아 10만 △김익 서영주 이미경 강석인 김성후 김영수 서현진 박성경 희도엄 황선연 연용제 5만 △신영희 이관우 김덕수 김진수 3만 △김영자 전종환 최영진 김혜영 2만 △김진일 윤기풍 한승남 김형민 김애선 1만 △권종선 5000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예금주: 밀알복지재단)

◇정기후원 및 후원문의

1899-47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