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의무화 이후 겉도는 ‘주민참여예산제’… “지방분권 시대 대비 문 활짝 열어야”

입력 2018-05-23 21:00
본격적인 지방분권 시대에 대비해 주민참여예산제를 활성화해야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소규모 예산사업에 대한 형식적 주민공모와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참여예산위원회 구성, 연례적인 주민설명회, 선전지 견학 등 제도운영이 수년째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2003년 광주 북구가 최초로 도입한 주민참여예산제는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의무화된 이후 전국 243개 광역·기초단체가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일제히 시행 중이다. 지방재정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구현하기 위한 이 제도는 주민 의사를 지자체 예산편성에 직접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2년부터 매년 500억원을 주민참여 예산사업에 할당해 시민참여예산위 심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전자투표를 통해 10만명 이상의 시민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해 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도민 공모사업을 실시해 33건 55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실·국별 2639억원의 예산에 대해서는 주민참여예산 분과위원회 의견을 수렴해 우선순위를 조정하도록 했다. 올해는 ‘도민 제안사업’ 예산으로 60억원을 확대 배정했다.

광주 북구는 그동안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1097건의 사업을 접수받아 총 689건, 30억1700만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 지자체는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해 아직까지 소극적이다.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참여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거나 설문조사, 예산사업 공모도 하고 있지만 형식에 그치는 곳이 많다는 지적이다.

주민참여예산위 위원회를 개최하고 위원들을 위촉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하는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위원들이 일선 지역민들을 방문해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도 취하고 있으나 실제 제대로 의견이 개진되고 이를 반영하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는 평가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2 수준에 불과하다는 현실적 난관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세수에 여유가 없고 고정된 지출이 많아 주민들이 참여할 부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분권을 앞두고 지방재정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민참여 예산편성 범위를 확대하고 재정 관련 정보도 주민들에게 더 적극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호권 전 광주시의회 의장은 “단체장과 공무원들은 주민참여예산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며 “제도 활성화를 위한 국세·지방세의 비율조정과 법률적 보완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국종합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