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70일 만에 첫 공판 기일 10분가량 ‘모두진술’ 촉각
文 정부·檢 비난 가능성 크지만 상황 감안 표현수위 조절할 듯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자신의 첫 재판에 출석해 직접 입장을 밝힌다. 검찰이 기소한 혐의 내용 및 재판에 대한 입장 등을 담은 10분 분량의 입장문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14일 검찰에 소환될 때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한 이후 70일 만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23일 오후 2시 417호 대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 사건 1회 공판기일을 연다. 지난해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첫 재판이 열렸던 법정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1심 재판을 받았던 곳이다.
이 전 대통령은 수인번호 ‘716번’이 적힌 배지를 단 사복 차림으로 법정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공소요지를 낭독한 뒤 이 전 대통령이 공소사실에 의견을 밝히는 모두(冒頭)진술을 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지난 17일 공판준비기일이 끝난 뒤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 심경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지 검찰을 공격하는 용어를 써야할지 아직 정리가 안 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22일 “이 전 대통령이 A4용지 7장 분량의 모두진술을 할 예정이다. 어떤 내용을 밝힐지는 전적으로 이 전 대통령이 판단할 것”이라고 언론에 전했다. 강 변호사는 23일 재판 시작 전에도 서울동부구치소를 찾아 이 전 대통령과 모두진술 내용 등을 최종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이 전 대통령은 줄곧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검찰이 지난달 9일 기소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공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그에 따라 초법적인 신상털기와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검찰 소환일에도 포토라인에 서서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1회 공판에서도 현 정부와 검찰 수사를 함께 비난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재판이 시작되는 단계라 표현 수위 등을 정제해서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법정 촬영 허가 여부도 고심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재판 장면이 외부에 알려지면 국가적 위신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뜻을 재판부에 전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피고인’ MB, 오늘 첫 법정 진술… 무슨 말 할까
입력 2018-05-23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