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차 중고참 김규민의 ‘잡초’ 같은 야구인생… 마침내 ‘4할 타율’

입력 2018-05-23 05:00 수정 2018-05-23 18:01

입단 스프링캠프서 팔꿈치 부상, 군대에선 왼쪽 팔꿈치 인대 끊겨 재활 후 후배에게 타격 지도 받아, 내·외야 수비 가능 멀티플레이어 SK 상대 멀티 히트에 2득점

넥센 히어로즈의 백업 선수 김규민은 지난주 득점권에서만 5타수 5안타를 쳤다. 22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는 1번 타자로 나서 멀티 히트에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말 1군에 올라와 19경기를 뛴 그의 타율은 현재 0.416이다. 김규민은 “주자가 있든 없든 마음을 비우고 투수에게 집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14경기 출전이 통산 기록의 전부인 그는 ‘중고 신인’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사실은 2012년에 입단한 팀의 중고참이다. 고졸 신인으로서 합류했던 스프링캠프에서 크게 다쳐 오랜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우익수 자리에서 3루로 송구하는 훈련 도중 팔꿈치에서 ‘뚝’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넥센은 귀국한 김규민에게 빨리 병역을 해결하라고 권했다. 현역병으로 입대한 군대에서 김규민은 또 다시 왼쪽 팔꿈치를 다쳤다. 부대 앞에 깔린 얼음을 깨며 제설작업을 하던 날이었다. 김규민은 “망치로 땅을 내려치는 순간 팔꿈치에서 스프링캠프 때와 똑같은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병원의 진단은 “인대의 80%가 끊어졌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김규민은 전역 뒤에도 3군(육성군)에 오래 있었다. 재활이란 직접 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고충들로 가득하다고 그는 말했다. 김규민은 “바깥에서 뛸 야구선수가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 보니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했다. 2016년부터는 2군 경기에 나섰지만 타율이 0.207로 신통치 않았다.

김규민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후배들에게 배우기로 했다. 겨우내 매일같이 2군 숙소 옆 실내연습장에 후배들을 불러내 ‘과외’를 받았다. 자신의 폼을 보여주며 잘못된 점을 말해 달라고 했고, 변화구 대응 요령을 물었다. 김규민은 “타격폼이 예쁜 성문이(송성문)를 자주 불러냈는데 참 귀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시즌 그는 2군 타율이 3할대로 올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코치들에게도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많이 한다. 김규민은 지난 20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팀 아델만에게 1루 땅볼로 물러난 다음 강병식 타격코치에게 달려갔다. “몸쪽을 의식하다 보니 체인지업이 비껴 맞는다”는 고민이었다. 경기 뒤 자신의 타격 영상을 돌려 보는 것도 그의 일과다.

원래 외야수인 김규민은 팀이 원할 때 1루수로도 나선다. 정작 1루수 미트조차 없어 지난해에는 1루 수비를 할 때 채태인(현 롯데 자이언츠)의 것을 빌려서 썼다. 올 시즌엔 외야수 글러브를 끼고 1루에 섰다. 김규민은 “내 손에 맞는 편안한 글러브를 쓰겠다고 허락을 받고 한 일이다”며 “이제는 미트를 장만했다”고 웃는다.

높은 타율과 빠른 발을 자랑하는 김규민은 이제 주전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친다. 올 시즌의 목표를 묻자 김규민은 “개인 기록은 신경쓰지 않는다”며 “주전들이 제 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팀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롤 모델로 이병규(현 LG 트윈스 코치)를 꼽았다. “진짜 멋있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타석에서 어떤 투수를 상대하고 싶냐고 묻자 “다 붙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