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드루킹, 18일 경찰에 宋 언급”… 몰랐다는 경찰

입력 2018-05-22 18:58 수정 2018-05-23 08:41
‘드루킹’ 김동원씨(가운데)가 지난 16일 재판을 받기 위해 수의 차림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는 모습. 김씨가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오른쪽)과 접촉한 사실을 지난 18일 경찰 조사에서 밝혔지만 이철성 경찰청장(왼쪽)은 21일까지도 보고받은 바 없다고 했다. 뉴시스, 국민일보DB

이 경찰청장 “드루킹-宋 만남 몰라”… 보고 못 받았다면 지휘체계에 ‘구멍’
압수한 휴대폰에 둘의 메시지 남아 드루킹 변호인 “警 진작 알았을 것”
靑 20일 ‘宋조사’ 자진 발표도 의문


인터넷 여론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동원(49·닉네임 드루킹)씨가 지난 18일 경찰에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에 대한 진술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씨의 휴대전화 텔레그램에도 송 비서관과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휴대전화 분석 등을 통해 드루킹과 송 비서관의 관계를 알고 있으면서도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씨 측 핵심 관계자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가 지난 18일 경찰의 구치소 접견조사에서 송 비서관에 대한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씨는 자신의 진술 직후 청와대발로 송 비서관 관련 내용 기사가 나오자 청와대가 (조사 내용을) 알고 기사를 내보낸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 17∼18일 이틀 동안 김씨가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2시간씩 접견조사를 벌였다. 김씨는 둘째 날 오후 송 비서관과의 관계를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 비서관이 드루킹과 접촉한 사실을 자진 신고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를 조사했다는 내용의 기사는 20일 저녁에 나왔다. 김씨가 18일 경찰에 관련 진술을 한 사실을 파악한 뒤 서둘러 송 비서관 조사 사실을 공표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송 비서관이 대선 전 여러 차례 김씨를 만난 사실에 대해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 이 청장은 또 ‘눈치 보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에 “부실수사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몰랐다”고 말하며 경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을 키웠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주기 어렵지만 청장에게 (송 비서관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게 맞다”고 해명했다. 대규모 인원이 투입돼 100일 넘게 수사를 진행하면서도 경찰이 드루킹의 진술을 통해서야 두 사람의 접촉 사실을 알았다면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드루킹이 먼저 연락해 와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의 진술만 곧이곧대로 믿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상당 기간 전부터 송 비서관 연루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드루킹 측 한 변호인은 “김씨가 텔레그램에서 송 비서관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휴대전화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경찰이 최근에야 송 비서관 연루 사실을 알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씨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증거분석)을 벌인 만큼 송 비서관에게 보낸 메시지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게 그 근거다. 경찰이 사실관계를 알고도 청장에게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면 수사팀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씨가 경찰에 관련 진술을 한 만큼 송 비서관 조사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실일 경우 김 후보의 애초 진술 신빙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씨와 김 후보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한 송 비서관은 김 후보와 함께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손재호 황인호 기자 sayho@kmib.co.kr